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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 측이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한 공식일정은 6시간 정도였지만 1시간 단위로 장소를 옮기며 숨가쁜 행보를 선보였다. 특히 영하 7도의 강추위에 눈발이 휘날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며 시민 곁으로 다가섰다. 전날 인천국제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굵직굵직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것과는 달리 이날 민생행보에서는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 머물러 국내 현실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서울시민으로의 복귀에 초점을 맞췄다.
◇오전 9시 현충원 참배 “대한민국 도약 위해 최선”
첫 일정은 오전 9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당초 예정된 오전 9시에 정확히 도착해 취재진과 실무진, 그 외 현충원 관계자 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매서운 칼바람에 걸음을 내딛기조차 힘들었으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호국영령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장병께 깊이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지난 10년간 UN 사무총장으로서 세계평화와 인권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한 후 귀국하였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굽어 살피소서”라고 염원했다.
이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사병 묘역을 둘러봤다. 과거 여야의 일부 정치인들이 일부 전직 대통령의 묘역만을 선택적으로 참배한 것과 달리 국민 대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오전 10시 30분 주민센터 전입신고…어린이팬 부탁에 싸인 화답
이어 사무총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공부 비법을 알려달라는 조 양의 질문에 반 전 사무총장은 “머리는 구름에 두고 땅은 발에둬야 한다”라면서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은 크게 갖더라도 현실감각을 가져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윽고 주민들이 환영 인사를 건네자 반 전 총장은 “13년만에 사당으로 돌아왔다. 자랑스런 주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현장에서 건네받은 ‘동작 생활백서’를 빠르게 훑어보기도 했다.
◇12시 청년들과 점심식사…메뉴는 김치찌개
12시 정오. 점심식사는 청년들과 함께했다. 장소는 6000원짜리 김치찌개를 주로 파는 백반집. 반 전 총장은 식사하면서 최근 높아진 실업률 등과 같은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통장 비밀번호를 단말기에 기입하는 과정에서도 애를 먹었다. 3번이나 오류가 났다. 4번째 시도 끝에 비밀번호를 만들 수 있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개설한 계좌에 50만원을 입금했다. 보통 10분이면 끝나는 계좌 개설이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오후 2시 30분 캠프 이동…주민들 셀카 요청에 응답
이후 오후 2시 반께 5분 거리에 위치한 자신의 캠프 사무실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동안 유력 대권주자답게 인근 주민들의 사진 요청이 쇄도했다. 반 전 총장은 주민들의 셀카 요청에 친절히 화답하며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반 전 총장은 사무실에서 2시간 가량 머물며 실무를 논의했다. 이렇게 대선 레이스 첫 날은 ‘시민’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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