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1786~1856)가 1844년 제주도 유배 시절 당시 논어의 ‘세한’에 영감을 받아 그린 국보 제180호 ‘세한도’는 조선시대 문인화의 높은 품격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가로 69.2cm, 세로 23cm 크기의 종이 한 가운데 집 한 채와 소나무, 잣나무 몇 그루가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림 자체로만 봤을 때는 세한도가 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세한도’는 김정희가 당시 처했던 고난의 상황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유배형은 조선시대 사형 다음으로 높은 형벌이었다. 김정희는 1880년부터 무려 8년 4개월동안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세한도’ 속 소나무는 유배지에서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추사를 떠올리게 한다. 옆의 잣나무는 그럼에도 추사가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던 선비정신, 기개를 상징하는 듯하다.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은 당시 추사가 처했던 물리적, 정신적 고달픔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세한도’가 조선 후기 선비 정신을 오롯이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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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희 선생이 유배된 곳 바로 옆에 모슬포가 있는데 모슬포는 사람이 살기 정말 힘든 ‘몹쓸 곳’이란 뜻에서 모슬포가 됐다”며 “제주의 겨울 바람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뼛속까지 춥다”며 그가 겪었을 고난을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전시에 드러서면 김정희의 ‘세한도’와 청나라 문인 16인, 한국인 4인의 감상 글로 이뤄진 ‘세한도’ 두루마리 전모를 14년 만에 볼 수 있다. 이들은 ‘세한도’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자의 곧은 지조를 지키는 행동의 가치를 전한다고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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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에서는 그림과 함께 평안감사로 부임해 부벽루, 연광정, 대동강에서 열린 세 번의 잔치를 다양한 미디어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평안감사뿐 아니라 등장하는 주변 다양한 인물 모두에 주목할 수 있다.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단일 유물로 꾸민 최대 규모의 미디어 아트전”이라고 말했다.
각각 ‘길’, ‘환영’, ‘잔치’, ‘야경’을 주제로 평양에 도착한 감사를 축하하는 잔치의 여정을 영상으로 구정했다. ‘길’에서는 평양에 도착해 만나게 되는 대동문 앞 저잣거리를, ‘환영’에서는 교방 기생들이 춤을, ‘야경’에서는 대동강에서 열린 밤의 잔치 장면을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