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강경록·성문재 기자]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감이 투자 심리 위축 등 한국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당장 6~7월 우리나라 여행을 계획했던 타이완 관광객 1295명이 예약을 취소하는가 하면 1일 오후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 때 21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증권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 판정받은 환자는 18명으로 하루 만에 3명이 추가됐다. 여기에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 682명을 자가·시설에 격리 조치하는 등 전국이 메르스 공포감에 휩싸였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항공·여행·호텔·건설 등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이나 수출산업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광업계는 타이완 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국내 여행을 취소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관광객 감소로 매출에 타격을 입지 않으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항공업계도 메르스 여파로 예약 취소 사례가 발생하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동 직항 노선 3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항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예약 취소 건수가 많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 승객 감소에 따른 피해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에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근로자만 약 700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 건설현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는 129곳으로, 20개국에 461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에 파견된 근로자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중동 출장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확산 추이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LG경제연구소의 신민영 경제분석팀장은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관광·산업분야 등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에 투자·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