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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 고위당국자가 싱 대사에 우리 측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부임한 여승배 차관보가 이날 오전 상견례 차원에서 외교부 청사를 찾은 싱 대사에게 외교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치 형태였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적절한 계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앞서 외교부는 싱 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터뷰에 대한 반박을 담은 기고문을 게재한 16일 “외국 공관이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이어 나흘 만에 다시 싱 대사에 직접적인 당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이 주재국 정치에 이같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 일이다. 즉각 대선 개입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권의 대사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외교적 관점이 너무 빈약한 것을 드러냈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여권이)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 때리기에 가세해 중국과 협공을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윤 전 총장 측면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의 주장과 싱 대사의 공방이 여야의 정치공방으로도 이어지면서 논란은 계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는가”며 “외교적 무례이자 자칫 대선 개입 오해까지 받을 수 있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는 싱 대사가 다시 대응에 나서며 논란이 더욱 가중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싱 대사의 이번 기고에 대해 자국 비판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