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채권단 배수진 통할까

  • 등록 2015-05-07 오후 5:38:38

    수정 2015-05-07 오후 5:38:3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개별협상을 통해 매각을 진행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박 회장이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선 채권단 희망가격인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아야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박삼구와 개별협상 안건 부의, 18일 최종확정

금호산업 채권단은 7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금융기관협의회 실무책임자 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안건을 부의하고 채권단 서면 동의를 거쳐 18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내 대체적인 분위기는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에서도 재입찰을 진행하자는 의견은 한 건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삼일·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하고 다음달 중 채권단 운영위원회(6개 기관) 협의로 매각가격을 도출한다. 이후 박 회장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놓고 협상을 벌이며 최종 가격은 채권단 전체회의 결의를 통해 도출할 예정이다. 가격 협상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8.55%)인 사모투자펀드(PEF)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 의 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공동으로 나선다. 박 회장은 9월 이전에는 해당 가격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채권단 박 회장 압박…“제 3자 매각·매각 잠정 유예 검토”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박 회장을 압박할 카드를 마련했다. 채권단 희망가격은 주당 6만원대로 약 1조원 규모. 하지만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주당 3만원선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가격 협상을 거부할 경우 채권단 결의를 거쳐 일방통보할 것”이라며 “채권단 결의를 통해 결정된 가격은 금호산업 지분의 ‘공정가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배임 이슈가 있어 그 이하로 매각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통보된 가격을 박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권단은 6개월동안 국내 그룹 20위권 내의 대기업계열사에게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 이 때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의 효력은 일시 상실된다.

또 채권단은 제3자 매각에서도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재입찰보다는 매각 잠정 유예를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즉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효성없는 재입찰을 진행하기보다는 제 값을 받으려면 3~4년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편이 낫다”며 “제3자 매각에서도 매각이 불발될 경우 이번 매각은 최종적으로 무산된 셈”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으로서는 이번이 가장 낮은 가격에서 되사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워크아웃을 유지하면 채권단의 경영간섭은 지속된다.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선임을 취소한 사례처럼 대표이사 교체도 가능하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안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금호산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다만 박 회장의 카드도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매물인데다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딜이여서 특성상 인수 후보군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매각 유예에 대한 주주와 여론의 부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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