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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0일 오전 한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배럴당 14.47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1999년 3월 이후 거의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 이후로도 장중 15달러 안팎의 초저유가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26.9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 급락세가 이례적인 것은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간 ‘석유 전쟁’이 끝났음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와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는 12일(현지시간)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를 짓눌렀던 증산 치킨게임이 마무리되면서 유가 정상화 기대도 커졌다. 연초만 해도 국제유가 3대 벤치마크(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는 배럴당 60달러대였다. 금융시장은 이 정도를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부른다.
유가 정상화를 막은 건 코로나19다. 최근 감산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끈 일시적인 이벤트였을 뿐,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줄면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제유가가 10달러대마저 위협 받으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크다.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 정도다. 셰일 채굴 비용이 유가보다 비싸진 데다 코로나19로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미국 셰일업계는 연쇄 부도 위기다. 에너지업계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경우 이는 또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