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합의 약발 안통했다…국제유가 15달러선마저 무너져

사우디-러시아 감산 합의 '무용지물'
WTI 가격, 장중 15달러 아래 폭락
1999년 3월 이후 21년만에 최저치
코로나19發 수요 급감, 유가 짓눌러
"감산 효과 일시적…유가 더 내릴듯"
  • 등록 2020-04-20 오후 2:51:40

    수정 2020-04-20 오후 10:12:50

코로나19 확산으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42번가 도로가 텅비어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달러대 아래로 또 폭락했다. 21년 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중재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 치킨게임을 멈췄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 탓에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한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0일 오전 한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배럴당 14.47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1999년 3월 이후 거의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 이후로도 장중 15달러 안팎의 초저유가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26.9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 급락세가 이례적인 것은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간 ‘석유 전쟁’이 끝났음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와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는 12일(현지시간)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를 짓눌렀던 증산 치킨게임이 마무리되면서 유가 정상화 기대도 커졌다. 연초만 해도 국제유가 3대 벤치마크(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는 배럴당 60달러대였다. 금융시장은 이 정도를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WTI는 합의 직후인 13일 배럴당 22.41달러로 오히려 하락하더니, 뒤이은 4거래일간 20.11달러→19.87달러→19.87달러→18.27달러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이날 15달러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31.74달러→29.60달러→27.69달러→27.82달러→28.0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정상화를 막은 건 코로나19다. 최근 감산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끈 일시적인 이벤트였을 뿐,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줄면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다니엘 하인스 원자재 수석연구원은 “적어도 다음달까지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19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유가는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의 에너지정보업체 반다인사이트는 “최근 원유 감산 합의는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며 “유가는 현 수준을 맴돌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가 10달러대마저 위협 받으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크다.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 정도다. 셰일 채굴 비용이 유가보다 비싸진 데다 코로나19로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미국 셰일업계는 연쇄 부도 위기다. 에너지업계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경우 이는 또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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