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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새해 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또다시 설설 끓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규제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은 오히려 이를 비웃는 형국이다. 국내 투자 열기가 재차 고조되면서 소위 `김치 프리미엄`은 다시 커졌고 각종 신생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들이 시세를 내뿜으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리플 필두 알트코인 무더기 급등..`김프` 확대
4일 오후 4시33분 현재 빗썸에서 리플은 전일 같은 시간 대비 44% 가량 폭등한 462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에 육박했다. 달러 거래로도 역사상 처음 3달러선을 넘어서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리플은 지난 한주 동안만 무려 160% 이상 상승하며 이더리움을 제치고 최대 알트코인으로 등극했다.
리플의 랠리를 필두로 비트코인도 다시 강세를 보이며 2000만원을 넘어섰고 이더리움은 130만원을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외 이노스도 하룻새 20% 넘게 급등했고 스피어 넥서스 페더코인 등 각종 알트코인들은 동반 폭등세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 규모가 7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상화폐 시총이 커지는 과정에서 알트코인들이 약진하면서 비트코인 비중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제 시총 1위인 비트코인이 전체 가상화폐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한 달전 56%였지만 현재 36%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가상화폐의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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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날아든 각종 호재가 시세 분출의 배경이 되고 있다. 리플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 제휴 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고, 스텔라의 경우 CNBC가 올해의 가상화폐로 선정하면서 시총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투자에 가담하면서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는 피터 틸은 자신의 벤처캐피털펀드인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1500만~2000만달러(약 160억~213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동안 월가 관심권 밖에 있던 비트코인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투자자산으로 떠올랐다고 WSJ는 언급했다.
“잡초 뽑으려다 밭 갈아엎을라” 규제 딜레마
규제가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당국으로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다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상화폐의 미래를 밝게 보는 주장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무턱대고 규제 강화 일변도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업계는 늘어난 수수료 수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내심 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거래소별로 하루 수조원대에 달하면서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만 연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의 주가도 증시에서 동반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 해킹이나 서버 다운 등으로부터 최대한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열기가 뜨겁다고 무조건 규제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잡초를 뽑기 위해 밭을 다 뒤집어 엎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어 설명
김치 프리미엄 : 달러화 등으로 거래되는 외국 거래소보다 원화로 거래되는 한국 거래소에서 가상화폐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 흔히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 주요 가상화폐들은 외국보다 20~40% 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