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일단락 된 세탁기 전쟁…1심 “조성진 LG사장, 무죄” (종합)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성진(59) LG전자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9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3개월,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진 뒤 10개월 만에 나온 1심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윤승은)는 11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사장과 조한기(50) LG전자 세탁기 연구소장(상무)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의파손 의혹을 부인하며 삼성제품 자체의 문제로 세탁기가 파손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전모(55) 홍보전무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조 사장에게는 징역 10월, 조 상무에게는 벌금 300만원, 전 홍보전무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사건 세탁기 도어가 정상제품과 다르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고장이 조 사장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세탁기는 당시 박람회 기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다른 사람 때문에 도어가 파손됐을 가능성을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며 “또 피고인이 사건 발생 이후 1시간 정도 매장에 머물렀던 사정을 보면 검찰의 주장처럼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조 상무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도 “검증기일에 확인한 결과 세탁기 도어 상태가 새 제품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며 “사건 세탁기를 구매한 것도 파손을 인정해서라기보다는 출국금지 조치를 피하는 등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조 사장과 전 홍보전무에게 함께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 세탁기 연결부 강도가 약하다’는 정도의 내용은 단순한 의견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조 사장은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는 50분 내내 눈을 감고 경청했다. “LG와 삼성 모두 선의의 경쟁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표 굴지기업인 만큼 상호 존중 상생의 자세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재판장의 당부에는 깊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을 마친 뒤 조 사장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재판장님 말씀하신대로 더욱 기술개발에 충실히 해서 좋은 제품, 세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사장은 조 상무와 함께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 두 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고소를 취하하고 조 사장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검찰이 공소를 유지하면서 재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