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說 '솔솔'…세계 경제 짙은 먹구름

중동·유럽 지정학 위험에 배럴당 90달러 근접
에너지 인플레, 긴축 당길듯…경기 침체 우려
원유 수입국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점증
  • 등록 2022-01-20 오후 5:15:39

    수정 2022-01-20 오후 11:02:1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새해 벽두부터 폭등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돌파설이 힘을 얻고 있다.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은 더 가파른 긴축을 야기해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물가는 더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떨어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 짙어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92% 오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8일(87.31달러) 이후 7년3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새해 들어 15.62% 폭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4.14% 뛰었다. 이외에 이날 3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88.44달러를 기록하며 90달러에 근접했다. 한국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86.37달러를 나타냈다.

최근 유가 급등은 수요보다 공급 측면이 크다. 중동과 유럽에서 지정학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건 2014년 7월 말이 마지막이다.

문제는 원유값이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밀접하다는 점이다. 에너지발 고물가 충격이 심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세계 각국 물가는 유가 급등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각국 물가는 수십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0% 상승하면서 4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영국 CPI도 전년 동기 대비 5.4% 올라 3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캐나다의 12월 상승률도 4.8%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 한 금융사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는 “초고유가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4회 이상 올리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긴축은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세계 경제 반등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진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 급등이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제유가가 평균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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