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위원장 "독과점 강화 M&A 차단…맥주 규제 개선"

"경쟁제한 우려 큰 M&A 면밀히 심사 원칙"
SKT-CJ헬로비전 심사 앞두고 '원칙론' 강조
"독과점 고착화된 맥주시장, 하반기 제도개선"
"백화점 판매 수수료 과다..불공정 거래관행 시정"
  • 등록 2016-07-07 오후 5:00:00

    수정 2016-07-07 오후 6:37:28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쟁제한 우려가 큰 M&A(인수·합병)는 면밀히 심사하되 경쟁제한성이 없을 경우에는 신속히 처리한다”며 “공정위는 독과점을 형성·강화하는 M&A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열리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를 앞두고 정 위원장이 ‘원칙론’을 강조하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정재찬 위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혁신경쟁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정책 방향’이란 주제 강연을 통해 “M&A 때문에 많이 시끄럽다”면서 “공정위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효과적으로 M&A를 심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사실상 불허하는 심사보고서가 나온 이후 정 위원장이 M&A 관련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일 공정위는 SK텔레콤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경쟁 제한성이 과도한 만큼 합병해서는 안 되며, 주식 매매를 체결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M&A로 인한 독과점 심화를 우려했다. 예상과 어긋난 초강수 조치에 업계는 정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전원회의 결과를 주시 중이다.

이날 정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두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독과점을 형성·강화하는 M&A 차단” 입장을 분명히 내비쳤다. “IT·반도체 등 국내에 영향이 큰 경쟁제한적 글로벌 M&A를 적극 시정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이어 “조선·해운·철강 업종의 경우엔 구조조정 업종 동향을 모니터링, 사전검토를 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맥주 시장을 독과점이 고착돼 시장경쟁이 제한된 대표적 시장으로 지목했다. 그는 “맥주 시장을 분석해 하반기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공정위는 관계부처에 진입 규제완화 취지의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권고를 검토 중이다. 맥주시장은 주세법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국세청이 관계부처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개편을 둘러싼 논란에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을 규제에서 제외하기 위해 추진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기준을 상향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오는 9월 시행령을 개정해 대기업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한다. 개정 즉시 카카오·하림 등 37개 기업은 대기업에서 제외되고 관련 규제가 풀린다. 야당은 규제완화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 위원장은 ‘경제 검찰’로서 불공정 거래관행 점검에 고삐를 계속 당길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소셜커머스·온라인쇼핑몰의 불공정행위 점검 △백화점·대형마트·TV 홈쇼핑 등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점검 및 수수료율 공개 계획 등을 전했다. 그는 “납품업체들이 백화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과다한 판매 수수료를 주고 있다”며 “불공정 거래관행을 적시에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ICT(정보통신기술) 발전과 SNS를 통한 네크워크화로 소비자는 시장 변화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성장했다”며 소비자 권익 강화 조치를 강조했다. 현재 공정위는 75개 기관에 산재된 소비자 피해구제 창구를 하나의 앱으로 일원화 하는 ‘범정부 소비자 종합지원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그는 “오는 12월 말 시스템이 가동되면 피해 발생 시 상담·구제신청·결과 확인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는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혁신경쟁 활성화에 매진할 것”이라며 “이는 공정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 성원과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경제계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이날 강연을 끝맺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혁신경쟁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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