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계란 한판 가격이 한 달새 1000원 가까이 뛰면서 7000원대로 올라섰다. 정부에서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계란 할인 행사가 끝나면서 일어난 일시적 수급 불안 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한창이고 설 명절을 한 달 앞두고 과일·채소 등 가격까지 잇달아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양재점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구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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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계란 한판(특란 30구)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은 7132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8일 6182원 대비 15.3%% 상승했다.
계란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3일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에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계란 20% 할인 행사를 하면서 12월 중순까지 6000원대 초반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12월 말 계란 할인 행사가 끝나고 연말로 인해 수요 증가, 폭설 등까지 겹치면서 최근 한 달 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오는 11일부터 다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계란 할인행사를 하면 다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는 11일부터 설 연휴까지 대형마트에서 계란 30% 할인 행사를 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앞두고 마트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등 영향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다. 목요일부터는 다시 가격이 하향되고 설 명절까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식품부는 계란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신선 수입란 112만개를 이번주부터 대형마트에 공급한다.
다만 고병원성 AI가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어서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고병원성 AI는 전국에서 총 27건이 발생했다. 축종별로는 산란계가 13건으로 살처분한 산란계 마릿수는 100만 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 산란계 사육 마릿수(7463만 마리)의 1.5%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하루 계란 소비량이 4600만개인데, 살처분 영향은 160만개 정도로 전체의 2% 수준으로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고병원성 AI 확산 추이를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가 산란계 농장이 집중된 경기지역으로 북상하면서 대량 살처분과 함께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란 뿐만 아니라 과일·채소 등 먹거리 물가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설 명절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 10개 소매가격은 2만 9476원으로 1년 전(2만 2504원)보다 30.9% 뛰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 가격도 10개에 4333원으로 1년 전(3327원)보다 30.2% 올랐다. 딸기 100g도 1년 전보다 8% 오른 2133원이고, 배(상품) 10개도 27.2% 오른 3만3381원이었다.
이같이 먹거리 물가가 잇달아 오르면서 정부는 이달 중 설 명절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을 포함한 설 명절 수급안정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가격이 급등한 과일의 경우 계약재배 물량을 최대한 시장에 풀고 사과 비정형과와 소형과 출하를 통해 가격 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