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인 진단서 발급 비용에 병원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직장이나 보험회사 제출용으로 발급받는 일반, 상해진단서 비용은 현재 병원에 따라 많게는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의료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고무줄 진단서 비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우석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진단서 비용을 통일하기 위한 기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우려가 있다고 제동을 걸면서 가이드라인 제정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원의 입맛대로 들쭉날쭉한 진단서 비용에 병원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통일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해진단서 비용 최대 3배 차이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중 하나인 진단서 발급은 의사들이 환자의 의무기록을 보고 진료서를 재확인해 다시금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별한 의료행위가 없어도 병원에서는 의사가 전자의무기록(ERM) 시스템과 차트를 재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진료에 준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간주한다. 일종의 ‘의사 인건비’가 진단서 비용에 포함되는 것인데 이마저도 병원마다 제각각이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림성모병원의 3주 이상 상해진단서의 경우 의료기관 중 가장 적은 8만원이다. 홍익병원과 중앙대병원, 강남고려병원, 을지대병원 등 4곳은 15만원을 받았다. 서울성심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녹색병원 등 13곳은 진단서 발급비용이 20만원이나 된다.
일반진단서 발급비용도 제각각이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종합병원 56곳 중 47곳은 수수료가 1만원이다. 나머지 9곳은 1만 2000원~2만원 사이다. 최고가인 2만원을 받는 곳은 혜민병원, 희명병원, 구로성심병원, 씨엠충무병원, 성화의료 재단대한병원, 베스티안병원 등 6개 병원이다. .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단서는 의사가 환자의 의무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작성하기 때문에 본인의 소견에 최종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상해진단서는 법적인 책임 부분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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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공정위의 제동으로 진단서 가이드라인 실행이 불가능해졌다고 해명한다. 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용역을 줘 가며 진단서 비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동시에 법률 심의도 동시에 진행됐지만 결국 둘 다 통과하지 못했다”며 “공정위에서 문서 답변을 통해 (시장 가격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담합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결정적이었다”며 “현재 법·행정적으로 의료기관 진단서 비용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 총괄과장은 “진단서 발급비용 통일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의료계에서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경쟁 원리가 작동할 지,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면서, “복지부 내에도 찬반 의견이 나뉠 수 있다고 본다. 추후에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부처간 팔밀이에 시민들의 불편함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5대 남성 이남곤씨(가명) “상해 진단서외에 일반진단서는 발급받는 단순한 업무인데도 왜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소관부처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