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있었다" 39년 버틴 추억의 '천리안', 완전한 이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내 첫 PC통신으로 시작한 ‘천리안’이 약 3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85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천리안은 올해 10월 말로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

LG유플러스(032640)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9일 자사 홈페이지와 천리안 웹사이트에 각각 ‘천리안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글을 게시하고 “천리안 서비스가 2024년 10월 31일에 종료된다”고 밝혔다.

(사진=천리안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로그는 “천리안과 함께했던 포털 서비스들이 하나, 둘 종료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천리안은 서비스를 지속하고자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양질의 메일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 서비스 종료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천리안 서비스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머리 숙여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랜 기간 천리안을 사랑해주신 고객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천리안은 서비스 종료 결정에 따른 후속 절차로 이달 11일 메일·주소록 백업 기능을 연 뒤, 메일 자동전달·메일주소 변경 안내 신청을 받아 이용자들의 자료 저장 및 이메일 이전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다음 달 1일 천리안 기본료를 무료로 전환하고, 9월 1일에는 문자메시지(SMS), 뉴스(동영상), 인물·운세 등의 부가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천리안 캐시 환불 신청도 9월 1일부터 이뤄진다. 10월 1일부터 천리안 메일 수·발신을 중지하고 31일에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

한편 1984년 LG데이콤의 전신인 한국데이터통신의 전자사서함 서비스로 출발한 천리안은 이듬해인 1985년 9월 PC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PC통신은 전화선을 모뎀에 꽂는 방식으로 인터넷 접속을 하던 프로그램이다.

천리안은 1990~2000년대 초반까지 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등과 함께 4대 PC통신사로서 국내 PC 통신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랜(LAN)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네이버·다음 등 포털 중심으로 온라인 서비스 업계가 재편됐다.

이에 PC통신사들도 포털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경쟁에서 밀리면서 하나둘씩 서비스 축소와 함께 시장에서 철수했다. 앞서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은 각각 2007년, 2012년, 2022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