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피자가 개발한 특수 보온팩. (사진=고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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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벤처·스타트업계가 코로나19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아예 업종을 바꾸는 ‘피봇팅’(사업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분야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다. 비대면 서비스를 키워 새로운 매출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규모가 큰 기업과는 달리 소규모 스타트업이 위기에 취약할 순 있어도 변화에는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플라즈마 기술을 바탕으로 수질 정화 기기를 개발한 ‘오마이워터’는 최근 피봇팅을 결정했다. 플라즈마 정화 기기를 통해 수영장 수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던 오마이워터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수영장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됨에 따라, 더 이상 정화 기술을 적용하기가 어려워졌다.
고심 하던 끝에 결국 수질 정화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한 오마이워터는 IT 사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인 ‘오마이앱’을 개발하고 이 분야 사업을 더욱 확장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앱이든 검색, 예약 등 다양한 기능의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김경하 오마이워터 대표는 “일반 개발자들이 만든 모듈을 공유하고 누구나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인 셀프출판 서비스 업체인 에스프레소북은 기존 B2B·B2G에서 B2C로 선회한 대표적인 예다. ‘하루북’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템플릿을 선택해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려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이 서비스는 전국 100여개 초·중·고등학교 및 도서관, 공공기관에서 교육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모임이 축소하자 사용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사진=하루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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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략을 바꾼 에스프레소북은 개인 회원가입 이용자에 눈을 돌렸다. 황상철 대표는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사람들이 PC에 저장해놓은 사진과 글을 찾아보더니 이를 책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연초에 4만명이던 회원가입자 수가 한 분기만에 1만명 이상 오르면서 현재 6만명에 달하고 있다. 매출도 3배 가량이 더 늘었다”고 했다. 추후에는 본인이 제작한 책을 온라인 전시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1인용 화덕피자 프랜차이즈인 고피자는 배달 분야를 전폭적으로 키우면서 매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자체 반죽 공장을 보유한 고피자는 국내 70여곳의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 영업을 진행했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외식사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하자, 비중이 작았던 배달 사업에 주목했다.
임재원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배달을 하고는 있었는데, 2~3월 이후 태스크포스를 형성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배달 매출이 원래 15%였는데 40%까지 올라갔다. 배달로 인해 매출 자체가 많이 늘게 됐다”고 했다. 그런 임 대표는 배달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특수 보온팩도 개발했다. 이른바 커피밥(남은 원두 찌꺼기)를 자체 배합 기술을 통해 보온 기능이 추가된 팩을 만들어냈으며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기업일수록 코로나19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영향을 버텨내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소규모 스타트업의 경우 빠른 결정과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을 살려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