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사보고서에 3.1조 추가 부실이 나와 있다고?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심상정 "2015년 상반기 3.1조 추가 부실 있다" 주장
産銀 "2015년 상반기 부실 아니라 2015년 상반기 이후 추가 손실을 의미"
심 의원 "올 최대 현금부족액 2.4조" 주장…"기말 현금과 연중 현금 개념 혼동"
  • 등록 2016-08-09 오후 5:16:20

    수정 2016-08-09 오후 10:32:19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상반기 3조2000억원대 영업손실 외에도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있었다는 게 실사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대부분 분식회계다. 그리고 실사보고서상 2016년 최대 부족자금은 2조4000억원인데 정부는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9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기자간담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데일리는 지난 4일 삼정KPMG의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관련기사→[단독]대우조선 2018년 현금부족액 4.5조…더 큰 위기 온다)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 보고서를 공개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수 조원 혈세가 들어가는 구조조정 과정은 좀 더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발표 내용에 몇 가지 중대한 오류가 있어 지적해볼까 합니다. 앞으로 국회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생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논의가 아닐까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선 대우조선 실사보고서에 나오는 ‘실사조정액 3조1007억원’은 2015년 상반기 추가 부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3조1000억원의 추가 부실규모가 대부분 분식회계로 드러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겁니다. 삼정KPMG가 실사조정한 3조 1000억원은 2015년 하반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부실 규모이고 이는 2015년 하반기 이후의 재무지표를 추정할 때 반영이 됐습니다. 즉 심 의원측 주장대로 2015년 상반기에 3조 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같은 기간에 숨겨져 있던 3조 1000억원대 손실이 추가로 발생한 게 아니라 2015년 상반기 이후 추가로 발생할 손실 규모를 실사를 통해 계산한 것이지요.

만약 심 의원실 이야기대로 2015년 상반기에 3조1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면 기존에 발표된 3조2000억원대 손실과 추가 손실을 더해 6조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기록돼 있어야 하는데 실사보고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삼정회계법인에 실사 용역을 의뢰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당시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와는 별도로 삼정회계법인에 실사 용역을 맡겼다”며 “실사조정액 3조1000억원은 2015년 상반기 재무제표에서 추가로 발생한 부실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손실 규모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역을 의뢰한 당사자의 말이 이렇습니다.

심 의원실은 또 “실사보고서 상에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6년 최대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제시돼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도 기말 현금부족액과 연중 현금부족액을 혼동한데서 오류가 생겼습니다. 폭포에서 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의 속도는 어디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듯 현금흐름도 언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 현금부족액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산은 설명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공사대금 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상환이 몰리는 구간에서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하면 4조2000억원 규모가 나오지만 하반기에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수주했던 공사대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기말 현금흐름이 2조4000억원 정도만 부족한 것으로 나오는 겁니다. 제가 이번 달에 신용카드 대금 200만원을 못 갚았다고 해서 연말에도 200만원 마이너스 신세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아버지는 연말의 제 주머니 사정을 기준으로 용돈을 주시는 게 아니라 이번 달 못 갚을 카드대금 200만원을 기준으로 주시는 거지요.

심 의원실에 자문을 해준 회계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이 만기가 따로 없어서 갚지 않아도 되는 금융권 한도성 여신까지 모두 포함해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하다 보니 4조2000억원이라는 유동성 지원액이 산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실사보고서는 애초에 금융권 여신은 만기가 모두 연장될 것을 가정하고 현금부족액을 계산했습니다. 즉 한도성 여신을 갚지 않아도 되는 여신으로 계산해봐도 연중 현금부족액이 4조2000억원 정도가 나온 것이 삼정KPMG의 실사결과였다는 겁니다. 물론 이 실사보고서에는 연중 최대 부족자금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정부가 한도성 여신을 포함해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했다’는 심 의원실측 주장은 사실과는 다른 겁니다.

‘대우조선이 3조1000억원의 부실을 또 감췄고 현금부족액은 2조4000억원인데 정부는 4조2000억원의 과도한 혈세를 지원했다’는 심 의원실측 주장은 ‘부실은 2배로 늘었는데 실제 부족한 현금은 절반 밖에 안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애당초 실사보고서가 적시한 수치를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다보니 그 결과에도 모순이 생기는 겁니다. 수 조원대 혈세가 지원되는 기업 구조조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실 관계을 왜곡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님들, 지금 당장 회계 공부 시작합시다.

▶ 관련기사 ◀
☞ [단독]대우조선 2018년 현금부족액 4.5조…더 큰 위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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