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기자간담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데일리는 지난 4일 삼정KPMG의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관련기사→[단독]대우조선 2018년 현금부족액 4.5조…더 큰 위기 온다)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 보고서를 공개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수 조원 혈세가 들어가는 구조조정 과정은 좀 더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발표 내용에 몇 가지 중대한 오류가 있어 지적해볼까 합니다. 앞으로 국회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생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논의가 아닐까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선 대우조선 실사보고서에 나오는 ‘실사조정액 3조1007억원’은 2015년 상반기 추가 부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3조1000억원의 추가 부실규모가 대부분 분식회계로 드러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겁니다. 삼정KPMG가 실사조정한 3조 1000억원은 2015년 하반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부실 규모이고 이는 2015년 하반기 이후의 재무지표를 추정할 때 반영이 됐습니다. 즉 심 의원측 주장대로 2015년 상반기에 3조 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같은 기간에 숨겨져 있던 3조 1000억원대 손실이 추가로 발생한 게 아니라 2015년 상반기 이후 추가로 발생할 손실 규모를 실사를 통해 계산한 것이지요.
심 의원실은 또 “실사보고서 상에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6년 최대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제시돼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도 기말 현금부족액과 연중 현금부족액을 혼동한데서 오류가 생겼습니다. 폭포에서 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의 속도는 어디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듯 현금흐름도 언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 현금부족액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산은 설명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공사대금 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상환이 몰리는 구간에서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하면 4조2000억원 규모가 나오지만 하반기에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수주했던 공사대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기말 현금흐름이 2조4000억원 정도만 부족한 것으로 나오는 겁니다. 제가 이번 달에 신용카드 대금 200만원을 못 갚았다고 해서 연말에도 200만원 마이너스 신세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아버지는 연말의 제 주머니 사정을 기준으로 용돈을 주시는 게 아니라 이번 달 못 갚을 카드대금 200만원을 기준으로 주시는 거지요.
심 의원실에 자문을 해준 회계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이 만기가 따로 없어서 갚지 않아도 되는 금융권 한도성 여신까지 모두 포함해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하다 보니 4조2000억원이라는 유동성 지원액이 산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실사보고서는 애초에 금융권 여신은 만기가 모두 연장될 것을 가정하고 현금부족액을 계산했습니다. 즉 한도성 여신을 갚지 않아도 되는 여신으로 계산해봐도 연중 현금부족액이 4조2000억원 정도가 나온 것이 삼정KPMG의 실사결과였다는 겁니다. 물론 이 실사보고서에는 연중 최대 부족자금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정부가 한도성 여신을 포함해 최대 부족자금을 계산했다’는 심 의원실측 주장은 사실과는 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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