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잘 안다는 일꾼" vs "큰경험 많다는 일꾼"

  • 등록 2014-07-23 오후 7:30:55

    수정 2014-07-23 오후 7:30:55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면장도 알아야 하지.”

한 후보는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고 하고, 다른 후보는 정치와 행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더 일 잘할 것이라고 호소한다. 면장이 아닌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여서 논쟁은 더 치열하다.

경기 김포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방선거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선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곳이고, 새정치연합에도 선거전략상 상징성이 남다른 지역이다.

후보들의 이력도 선명하게 대비된다. 김포 출신의 홍철호(55) 새누리당 후보는 농업전문대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국내 대형 닭가공업체를 운영한 사업가 출신으로 선거 출마는 이번이 처음인 정치신인이다. 김두관(55)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남해 이장을 시작으로 군수, 행정자치부장관, 경남도지사를 거쳐 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출마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서울 동작이나 수원벨트보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이른바 ‘지역일꾼’과 ‘큰일꾼’이라는 프레임 대결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는 선거구 중 하나다.

지난 22일 오일장이 열린 김포시 북변동 김포시장에서는 한 시간 반 간격으로 두 후보 진영의 집중유세가 있었다. 먼저 자리를 잡은 김두관 후보 측 지원유세에 나선 김영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일 잘하는 목수에게 집 짓는 일을 맡겨야 한다. 도시와 농촌을 함께 이해하는 일꾼이 김두관”이라고 강조했고, 같은당 윤관석 의원은 “김 후보가 김포와 인연은 없지만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중앙정치 경험으로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라고 했다.

시장의 노상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60대 김모(자영업·북변동)씨는 “김두관 후보가 훌륭하고 똑똑하고 깨끗해 보인다”며 “김포가 생소하니까 얼마나 잘 알까 우려스러운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두 사람 중에선 김두관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이 유세를 마치고 떠나자 같은 자리에 홍철호 후보 측 유세차량이 무대를 준비했다. 이날 홍 후보 지원유세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나섰다. 김 전 지사는 “홍 후보는 김포에서 태어나 사업하고, 어르신을 공경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며 봉사를 해왔다”며 “김포가 낳은 김포의 아들에게 몰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홍 후보 측 연설을 지켜보던 택시기사 임경보(54·풍무동)씨는 “(당선된 후) 김포를 안 떠날 사람을 택해야 한다. 지역발전에 많이 기여해 온 홍철호 후보가 그런 후보”라며 “김두관 후보는 김포에 대해 모르고 (당선되면) 떠날 사람”이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홍 후보가 다소 앞서는 흐름이다. 경인일보 조사(15~16일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4.4%)에서 홍 후보는 37.5%, 김 후보는 31%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접전지역과 마찬가지로 부동층이 20% 이상을 형성하고 있어 막판 표심의 향배가 관건이다. 특히 김포는 농촌·구도심지역 뿐만 아니라 2010년 한강신도시 입주 이후 꾸준히 유입된 ‘이주민’들이 신도심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세대별 투표율과 함께 구도심·신도심 등 행정구역별 투표율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세 도중 기자와 만난 홍철호 후보는 “지역일꾼이 필요한데 지역을 모르는 사람이 언제 공부를 하느냐. 시민들이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니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라며 막판 굳히기를 자신했다. 김두관 후보도 시장유세 직후 막판전략을 묻는 질문에 “초반 토박이 논란이 (홍 후보의) 전력이 밝혀지면서 후보간 자질론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투표율을 높이는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포 보궐선거에는 두 후보와 함께 시민운동가 출신의 김성현(48)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 기업인 출신의 고의진(51) 무소속 후보, 방송인 출신의 이재포(54) 무소속 후보도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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