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손잡은 빗썸…NH농협 바꾼 이유는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KB국민은행과 손을 잡는다. 지난 2018년부터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왔던 NH농협은행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 은행 교체로 빗썸은 물론, KB국민은행도 수혜를 입는 ‘윈윈(win-win)’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CI=빗썸, KB국민은행)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빗썸이 제출한 실명계좌 발급은행 변경 신청을 수리했다. 오는 3월 24일부터 빗썸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NH농협은행이 아닌 KB국민은행 계좌를 개설·연동해야 한다. 기존 절차와 마찬가지로 신분증 또는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완료한 뒤 등록된 KB국민은행 계좌까지 인증해야 한다. 이후 원화를 입금해 거래를 이용하면 된다.

빗썸이 제휴은행 변경을 신청한 건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계약 기간 만료를 한달 앞두고 FIU에 변경을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에서 촉박한 고객 통지 시점과 이용자 보호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보완을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했다.

빗썸이 제휴은행 변경을 결정한 이유로는 점유율 확대가 꼽힌다. 압도적 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업비트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4분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78% △빗썸 20% △코인원 1.1% △코빗 0.36% △고팍스 0.07%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국민은행과의 제휴는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다. NH농협은행보다 젊은 연령의 고객층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계좌이용 편의성과 접근성도 더 뛰어나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용이해서다. 2020년 업비트가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제휴은행을 바꾼 뒤 점유율을 크게 늘려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처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KB국민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 거래소 자체를 바꿀 수 있어서다. 쉽게 말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과거 업비트 또한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제휴은행을 바꾼 뒤 계좌개설을 인증하면 7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에어드랍’ 이벤트, 케이뱅크 계좌로 처음 원화를 입금한 고객에게 3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입장에서도 빗썸과의 제휴는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빗썸을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록 신규 계좌 개설과 함께 예수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입출금 계좌에 돈이 다량으로 들어올 수록 은행은 채권 등 타 상품 대비 적은 원가로 많은 돈을 보유할 수 있다”며 “빗썸을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록 고객 기반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