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1천명 사표…이날 마감 더 늘듯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12.4%(사직자 1302명)로 하루만에 1216명이 사직했다. 전날까지 사직처리된 전공의는 75명에 불과했지만 사직서처리시한이 임박하며 병원들의 ‘무응답’ 전공의들을 사직처리하면서 사직전공의 크게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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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복귀를 하지 않았거나 사직처리도 되지 않은 전공의는 1만 1383명이다. 수련병원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보고하면 5개월 가까이 끌어왔던 전공의 사직투쟁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레지던트 3~4년차는 내년 8월 수련 이수에 맞춰 추가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하다. 복지부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레지던트는 9월 재응시해 수련하는 경우 입영연기 조치가 될 수 있게 국방부 등과 협의 중이다.
무응답 전공의 1만여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전공의가 9월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일단 내년 2월까지 쉬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A병원 관계자는 “정부에 사직규모를 제출하면 하반기 전공의 채용 규모에 반영되는 것으로 안다”며 “동일지역 동일전공 제한이 없어 수도권병원 인기과 쏠림이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의도 사직…몸값 높여 상급종합병원 이동 러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없는 병원으로 병원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경증 환자를 덜 받는 대신 중증·희소질환 중심 병원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전공의 업무비중을 확 줄여 전문의와 진료전문(PA)간호사 등으로 메울 방침이다. 전공의 10명분을 전문의 3명 정도와 PA간호사로 대체하면 전공의 없이도 기존 진료가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의 사직도 늘고 있어 수련병원의 어려움이 2차 병원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40개 의과대학 소속 병원 88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1451명에 이른다. 2~3차 병원에서 처우가 좋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대이동이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암센터 전문의는 10명,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의료원은 14명이 사직했다. 국립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이 정상화가 안 된 상태에서 전문의 사직까지 이어지다 보니 병원 가동률은 40%도 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병원의 도미노파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양대의 학교법인인 한양학원은 68년 만에 한양증권 매각에 나섰다. 전공의 파업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가 목적이다. 마이너스 대출 등을 했음에도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자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캐시카우’ 계열사에 대한 매각에 나선 것이다.
대전·충청의 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은 52년 만에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세종 분원 개원 당시 발생한 재정 부담에 코로나19 팬데믹과 전공의 부재에 따른 수익 감소 등이 겹치면서 하루 평균 4억원씩 적자를 기록, 월평균 100억원대 수익 감소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간 1년에 1000억~15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집중하며 우려를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47곳, 수련병원은 211곳이지만 사실상 전공의들은 상위 50개 병원에 모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구조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인력 공급이 충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