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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결과 국내 대기업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 불참하면서 아예 유찰 후 매각을 원점에서 시작할지, 아니면 본입찰까지 끌고 가면서 공개경쟁입찰(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매각 방식을 바꿀지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논란이 돼왔던 일명 ‘통매각’을 고수하면서 흥행 저조 결과로 이어지자 다시금 ‘분리매각’ 안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 성격인 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각요청권) 조항까지 나오고 있어 산은 주도의 인수합병(M&A) 추진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아쉬운 예비입찰 후보군…프로그레시브 딜 도입 만지작
채권단과 매각 측의 고민이 깊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아쉬운 인수적정후보군 때문이다. 애경그룹이나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 만으로는 사상 첫 국적 항공사 매각 후보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인수 후 안정적 경영을 위한 국내 대기업의 참여나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운 컨소시엄의 참여를 바랐지만 결국 부진한 항공업황과 높은 매각가로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을 끌어들일 유인도 부족했고 해외 항공사나 대형 사모펀드(PEF)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매물로 부각하지 못했다”며 “전 세계 M&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 중국 투자자의 참여 의사가 없었다는 점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와 투자 회수, 항공사 운영의 규제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쇼트리스트 작성이 어렵다면 채권단에서 매각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가 계약이 아녀서 유효경쟁 성립도 필요 없고 매각 측이 결정하면 된다”며 “매각가를 높이고 추가 인수 후보군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통과한 인수 의향 업체가 경매처럼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금액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매도자의 재량에 따라 성사되는 거래인만큼 더 좋은 가격을 더 써낼 의사가 있는 후보군이라면 언제든지 본입찰에 참여시킬 수 있다.
유찰 시 산은-금호산업, 난타전 불가피
시장에서 거론하는 아시아나 전체 매각가는 1조5000억~2조5000억원이다. 신주 인수가는 최소 1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구주를 시장가 수준만 쳐준다면 1조5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1조원 이상 쳐준다면 2조5000억원까지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찰되면 산은이 매각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래그얼롱 조항 때문이다. 드래그얼롱은 소수 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같이 3자에게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매각이 실패하면 내년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까지 한번에 팔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금호산업이 들고 있는 구주를 감자한 후 몸집을 가볍게 한 뒤 M&A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실질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난타전이 불가피해 매각 장기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도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배포한 투자설명서(IM)에서 구주와 더불어 새로 발행할 예정인 신주에 대한 투자금액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호산업과 산은이 절충점을 찾는다면 현재 통매각 방식을 분리매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인수자로서는 채권단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인수 절차가 장기화하면 채권단은 인수전 흥행을 위해서라도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에 대한 분리매각을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