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오후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지명 기준인 대의원 과반수 2383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은 ‘사실상’이란 꼬리표를 떼고 민주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됐다.
클린턴의 후보 선출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극적이었다. 호명된 각주 대의원 대표가 투표결과를 발표하는 ‘롤 콜’(Roll Call)에서 버몬트주(州) 차례가 왔다. 클린턴과 막판까지 경쟁하던 버몬트주 출신 버니 샌더스(75) 의원에게 마이크가 넘어왔다. 버몬트주 차례는 원래 51번째였지만 맨 마지막 순서로 바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직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샌더스 의원을 조직적으로 비방한 이메일이 공개되는 파문을 겪었다. 성난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은 장외에서 “힐러리 반대”를 외치는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당대회 사회자는 표결을 중단하고 클린턴을 대선후보로 지명한다고 선언했다. 대의원들은 “힐러리”를 연호했다.
케런 피니 클린턴 선거캠프 선임 자문관은 “오늘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1776년 독립을 선포한 이후 단 한번도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적이 없다. 대통령은 물론 여성 부통령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공식 후보가 된 클린턴은 앞으로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19일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다.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확정한 정강에서 FTA에 대해 “미국은 지난 30여년간 정부 선전에 크게 못미치는 너무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면서 “이제는 이런 과도한 (규제) 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 FTA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차기 미 대통령이 클린턴·트럼프 등 누가 되든 미국과 주요 교역국간의 무역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