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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로 어린 자식을 잃은 최승운 유가족 연대 대표의 말이다. 어린이와 임산부를 중심으로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처럼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 가장 많은 피해자는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주력 제품인 표백제, 세정제, 제습제는 물론이고 방향제와 방충제, 탈취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이상 판매되는 동안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어떤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미영(43) 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자녀를 잃은 한 엄마가 방송에 나와 ‘자신이 조금만 덜 부지런했어도 아이를 그렇게 보내진 않았을텐데···’라며 오열하는데 가슴이 미어졌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놓고 번거로워 쓰지 않은 기억이 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어떤 제품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는 유통업체 판매 현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옥시 제품은 물론 방향제, 방충제, 세정제 등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4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4.27∼5.3) 방충제 매출은 13% 감소했고 방향제 매출은 10% 줄었다. 탈취제와 제습제 매출도 각각 13%, 46% 감소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최근 보름여 간(4.18∼5.3)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15%, 16.8% 급감했다. 제습제 매출은 4.6% 줄었다.
이날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일제히 옥시 전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에 대한 반(反) 국민정서를 고려한 결정이다. 하루 전 롯데마트가 옥시제품 판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통업계에서도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안전규정을 준수하며 최대한 유해 성분을 배제해 가며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소비자 불신이 커 당분간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심리가 이번 사태로 위축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