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두산 사업구조 개편, 소통 부족 사례…개선 기대”

금감원·국민연금 등 ‘자본시장 선진화 열린 토론’ 열어
이복현 원장 “생산적인 방식으로 소통…의견 수렴 기대”
연기금·운용사 역할도 강조…“한계기업 적기 퇴출 추진”
  • 등록 2024-09-12 오후 4:09:30

    수정 2024-09-12 오후 4:09:3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 일부 철회 결정에 대해 “주주와의 적절한 소통이 부족해 오해를 가져올 수 있었던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두산그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번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업 모양이 많이 바뀐 만큼 (두산이 새로 제출할) 증권신고서도 많이 바뀐 형태로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두산이 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된 상태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날 이 원장은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에 대해 “아무리 그룹이나 기업에서 좋은 의도가 있었더라도 주주와의 적절한 소통이 부족해 오해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두산 경영진이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신설법인 등에 걸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진심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29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위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주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데다 금융당국까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통해 압박하면서다. 다만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은 그대로 추진하기로 한 만큼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원장은 앞으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챙기면서도 기업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두산이) 이전엔 페이퍼 중심으로 소통했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을 두산과 두산을 대리하는 전문가 그룹에 알려서 더욱 생산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업들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게 구조를 개편하는 건 도와드려야 할 일”이라면서도 “기업 경영진이 시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부족할 시엔 소통 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율적이고 조화롭게 이를 채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연기금과 운용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기금과 운용사에 △기업 혁신을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이행 △꾸준한 투자 확대 등 자본시장 안전판 확충 등을 요구하면서 △상장폐지 절차 단축·상장유지 요건 강화 등을 통한 한계기업 적기 퇴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민연금·한국거래소와 함께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환경 조성,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국민연금은 주주·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밸류업 관련 대책을 기금 운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한국거래소는 한계기업 퇴출·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각각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경기 전망 악화 우려 등으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9곳은 대부분 연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는 등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주가에 반영되는 현상도 확인되고 있다”며 “금감원도 관계 기관과 협력해 기업 밸류업을 포함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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