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7억원(12.2%) 급증했다. 의료파업 장기화로 보험금 청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보사가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며 실적을 크게 늘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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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31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조 77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6277억원) 늘었다. 반면 생명보험사 22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조 5941억원으로 같은 기간 9.4%(3741억원) 줄었다.
금감원은 손보사의 보험 손익이 보험상품 판매 확대와 발생 사고 부채 감소 등으로 16.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지만 보험금 지급은 줄었다는 뜻이다. 손보사가 의료파업 장기화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손보업계서도 의료파업으로 손해액과 예실차 관리가 이뤄지면서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실차는 새 회계기준(IFRS17)에서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사업비 추정액과 실제 발생한 현금 유출액 규모의 차이를 말한다. 추정값이 실제보다 많으면 그 차이만큼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한다. 손보사별로 삼성화재와 DB손보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겼고, 메리츠화재는 9977억원, 현대해상은 8330억원 등 모두 순익이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보다 67.6% 증가했는데 장기보험 손익에서 같은 기간 227.5% 급증한 734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는 예실차 -1400억원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예실차가 -150억원에 그쳤다. 현대해상은 “호흡기 질환 관련 손해액 개선과 일부 질병담보 청구 안정화 등으로 보험금 예실차 손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보험금 청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보사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장기보험 실적이 크게 늘렸다. 삼성화재 상반기 신계약서비스마진(CSM)은 작년보다 13.6% 증가한 1조 638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장기 인보험 신계약CSM은 1조 5847억원으로 15.8% 증가했다. KB손보는 보유 CSM가 9조원을 넘었는데 공격적으로 영업으로 보험영업손익이 지난해보다 30.1% 증가한 6882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순익 1조 클럽을 달성한 DB손보도 의료파업에 따른 손해율 안정화와 장기보험 증가가 주효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운전자 보험, 간편 보험 등 상품경쟁력 기반의 보장성 월평균 신계약이 136억원으로 작년 대비 10.5% 증가했다”며 “의료파업과 회사 유지율 경쟁력 등 영향에 따른 장기 위험손해율 개선 등으로 8416억 이익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순익도 9977억원으로 의료파업에 따른 예실차가 증가해 보험 손익이 크게 늘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예상치 못한 의료파업의 영향으로 손해액 감소, 손실 부담 계약 비용이 환입된 영향이다”며 “손실부담 계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3세대와 4세대 실손 갱신 물량이 6월에 급증했는데 갱신 보험료가 오름에 따라 손실 부담 계약이 이익계약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