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조"..주식 소각하는 삼성 속내는

삼성전자, 9조3000억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키로
"주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주주가치 제고 측면도"
이건희·이재용 등 '오너家 지분율' 상승 주목하기도
  • 등록 2017-01-24 오후 3:52:34

    수정 2017-01-24 오후 3:52:34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다고 24일 밝혔다. 시가총액의 약 3%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이재용 부회장 취임 후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11조39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것과 합치면 20조원 어치가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에 쓸 돈(9조3000억원)을 지난해 주주환원 재원 중 배당 후 잔여분(8조5000억원)과 2015년 잔여 재원(8000억원)으로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3~4회에 걸쳐 자사주를 분할 매입할 계획이다. 25일부터 1차 매입을 시작해 석달 안에 보통주 102만주와 우선주 25만 5000주를 사들인 뒤, 소각할 예정이다.

주식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배당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주식 소각이 진행된 뒤 배당금도 부쩍 늘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2만7500원, 2만7550원의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2016년 주당 배당금은 1년 전보다 약 36%나 많은 것. 배당금 지급에 쓰이는 돈만 약 4조원 가량 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친(親) 주주’ 행보는 미국펀드 엘리엇 때문에 시작됐다. 지난 2015년 6월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며 “배당이 적은 데다 주주 친화적이지 않다”며 삼성의 경영방식을 문제삼은 뒤부터다. 엘리엇의 충고는 그간 설비 투자에 집중하느라, 주주 환원에는 인색했던 삼성전자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오너가의 지분율 상승에 주목하기도 한다. 소각하는 비율만큼 오너 일가의 지분도 상승하기에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식 소각으로 인한 지분율 상승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498만5464주, 3.54%)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08만3072주, 0.77%), 이재용 부회장(84만403주, 0.6%) 등 삼성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약 4.91%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순수하게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의도를 갖고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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