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종인 “대선까지 당 정체성 바꿔놓겠다”

  • 등록 2016-03-23 오후 3:50:35

    수정 2016-03-23 오후 5:55:14

[이데일리 김영환 고준혁 기자] 거취 문제를 놓고 갖가지 추측을 불러 일으켰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해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공언과 함께 돌아왔다.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사퇴까지 고심해오다 당의 체질을 바꾸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 결과에 낙담 “수용 어렵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사퇴를 고민한 이유로 ‘중앙위’ 결과를 꼽았다. 그는 “중앙위를 거치면서 일부 나타나는 현상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말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고민의 실체를 털어놨다.

김 대표는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미래의 수권정당으로서 정권을 지향한다면 국민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더민주는 그와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와 중앙위를 거친 중재안이 수권정당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그는 “초창기에 약속한 대로 이 당이 기본적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정상화시키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김 대표가 밝힌 ‘정체성’에 대해 “아쉽게 느끼는 것들이 장애인, 사회적 약자 부분”이라며 “당선권 안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순위 투표를 하다 보니 당선안정권안에 한분도 들어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표가 본인(중앙위원)들과 관계에 의해서 잘 아는 분들에 집중되니 그런 분(사회적 약자)들이 못들어왔다는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 ‘대선’을 언급하면서 총선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총선이 끝나고 대선에 임하는 마당에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고 했다.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는 ‘친노’ 및 일부 비대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김 대표는 22일 사의를 표명했던 6명의 비대위원들에 대해 “생각을 더해서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김종인 입김 들어갔지만 김종인 것은 아닌 비례대표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고 대표직 유지를 선언하면서 더민주는 비례대표 명단도 함께 발표했다. 김 대표는 원안대로 비례 2번을 배정받았다. 아울러 1번과 4번에 김 대표가 추천했던 박경미 홍익대 교수와 최운열 서강대 교수가 배치됐다. 박 교수와 최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과 론스타 두둔으로 논란을 빚었다는 점에서 이번 비례대표 배정은 김 대표의 뜻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실제 원안에서도 김 대표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는 박 교수와 최 교수, 두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비례대표 선발 과정에 김 대표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비례대표를 A(1~10번) B(11~20번) C(21~43번)그룹으로 나눈 것이나 이후 비대위 중재안에서 비례대표 7명을 김 대표의 추천 몫으로 당선안정권에 넣으려고 했던 시도는 모두 비대위원의 작품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위세를 빌어 호가호위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강조해온 ‘명예’에 흠집만 낸 꼴이 됐다.

김 대표가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승인한 A그룹 인사 중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 양정숙 국무총리 소속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은 중앙위 투표에서 각각 25위와 19위, 1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양 위원과 김 회장은 비례대표 결과 19번과 29번에 배치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 당선권 밖의 C그룹으로 분류됐던 김현권 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칸막이를 허문 중앙위 투표에서 전체 1위로 올라서면서 당선안정권인 비례대표 6번을 받았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해 경북 의성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전국 농어민 대표로 비례대표에 올랐다. 7위까지도 5위 문미옥 이화여대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B·C그룹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분포되면서 김 대표와 비대위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결과가 도출됐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순번 선정에 대해 “비대위원들께서 (하는 일)”이라며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로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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