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메타버스 공연 ‘허수아비H’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뒤에는 허수아비 역할의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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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어두컴컴한 무대의 중심에 서자 허수아비 배우가 인사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간단한 악수와 함께 허수아비 배우를 따라 숲속와 산길을 달렸다. 요술 지팡이를 들고 무지개색 그림을 그리고, 마법 막대기를 통해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불을 던지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메타버스 공연, ‘허수아비H’의 이야기다.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메타버스 공연 ‘허수아비H’를 직접 체험해봤다. 이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랩(AT랩)이 제작한 융복합 공연으로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이승무 교수와 정지현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으로 포브스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이 교수는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라는 마크 주커버그의 말처럼 이번 공연이 실체 없이 담론만 무성했던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예술 창제작의 장을 첨단 공연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보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수아비H’는 동시에 4명의 사용자가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직접 배우와 상호작용 하는 공연이다. 공연장에선 허수아비 역할을 맡은 배우가 실제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이용자들은 각각 VR기기를 쓴채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연기 중인 배우와 어울리는 식이다. 실제 공연을 체험해보니 시각은 물론, 촉각과 후각까지 다채로운 자극을 줬다.
메타버스 안에서 영화와 게임을 섞은 듯한 방식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배우가 된 듯한 느낌도 전달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 그래픽 품질 등 일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향후 5년 후면 실제 배우들의 스킨을 갖고 실감나는 연출로 배우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콘텐츠들은 영화, 게임, 연극 등이 모두 합쳐진 형태가 될 것이고, 실제 사용자들이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