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 이외에 김부겸 전 의원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와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안 전 대표를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사실상 ‘올인’했다는 점에서 혁신기구 출범이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문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혁신기구의 구성과 운영은 물론 ‘전권을 부여한다’는 기본 틀에 합의하면서 위원장직 수락을 고심하는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거절 입장’을 정리해 당 내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헷갈리는 安발언…“고민은 하겠지만 저만 후보 아냐” Vs “저는 적절하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문 대표와의 단독회동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고민은 해보겠지만, 꼭 저만 후보라는 생각은 안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오늘 처음 들었으니 생각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제안을 받고 “‘알겠다. 다음에 의논해 보자’라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며 “‘제가 맡겠다’ 이런 것을 얘기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거듭된 위원장 제안을 받고 수락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튿날 입장자료를 통해 위원장 제안을 거절하면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의 설명은 다르다. 김성수 대변인은 “문 대표가 좀 더 시간을 갖고 고민을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고 안 전 대표도 알겠다고 답변한 게 어제 상황”이라며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두 분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맡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했고, 문 대표가 ‘안 대표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무런 대안을 검토해놓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한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이 19일인지 20일인지 주장이 엇갈린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제안을 거절했다는 입장이고, 문 대표는 전날에는 안 전 대표가 제안에 유보적이었고 이날 오전에야 명확히 거절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전날 두 사람의 단독회동은 배석자가 없이 이뤄졌고, 이날 통화도 두 사람밖에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느닷없는 김한길의 입장발표…진의에 의문 제기하기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진실공방에 김한길 전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노(비노무현) 좌장격으로 안 전 대표와 ‘한 배를 탔다’는 평가를 받는 김 전 대표는 20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 문재인 대표의 생각에 대한 김한길의 생각’이란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 대표 측에서는 위원장 수락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안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와의 의사소통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제안 거절로 입장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전날 보인 유보적인 입장이 이날 들어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가 발표한 입장자료에 대한 진의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입장발표는 애초 지난 14일 문 대표의 ‘당원에게 드리는 글’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엿새가 지나서 발표됐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정치는 아무리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해도 새정치니까 무조건 좋은 정치라는 식의 주장은 억지이고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구태정치가 비난받는다고 해서 정치를 잘 모른다는 것이 결코 자랑일 수 없다”고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친노패권주의의 실체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내용이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모순점이 있다”며 “안 전 대표가 혁신기구위원장을 거절하면서 이번 주 출범하겠다는 문 대표의 계획이 헝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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