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2일 서울의 A로스쿨 원장은 “부조리 발생가능성을 차단하고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지 성장 과정 서술 일체를 막거나 (부모)직업을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가 이날 최근 3년간 6000여 건의 로스쿨 입학전형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관 경고·관계자 문책 조치 등을 예고하자 일선 로스쿨 원장들은 “신상 기재금지 원칙을 반드시 고지하는 등 교육부 방침에 따르고 징계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억울하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교육부가 여론에 등 떠밀려 명시적으로 금지한 적도 없는 기준으로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B 로스쿨 교수는 교육부의 이번 결과 발표 배경을 두고 “정부로서는 ‘금수저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국민 반감을 해소시켜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로스쿨 원장은 “직업을 기재하면 안 된다는 합의가 없었고 지원 동기·성장배경을 서술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실명을 쓰지 않아 특정되는 게 아니었다”며 “더구나 아무 직업도 쓰지 않은 사람들 합격률이 더 높을 정도로 특정 직업군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정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기관 경고나 원장 주의 같은 것은 입시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다만 국민들이 보기에 불공정하게 보일 여지가 있다면 올해 입시부터 맥락상 필요 없이 가족의 직업이나 신원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을 쓰지 못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징계에 불복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로스쿨 입시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A로스쿨 원장은 “단순히 정량적인 점수로만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한 인재를 뽑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교육부와 함께 입시제도를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 개선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승 고대 로스쿨 7기 회장은 “가정환경 등 기재를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며 “면접 과정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면접을 의무화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모(27)씨는 “이번 발표가 로스쿨 전체의 문제로 비칠까 염려스럽다”면서도 “로스쿨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나타난 문제를 정확히 짚고 철저히 해결하는 게 로스쿨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