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틀째 특수활동비 협상 무위에 그쳐

원내대표간 협상 가능성은 열어 놔, 1일 정기국회 개회 부담돼
국회 특수활동비 먼저 공개한 뒤 정기국회내 제도개선 논의할 듯
  • 등록 2015-08-31 오후 6:53:30

    수정 2015-08-31 오후 6:53:30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어제에 이어 31일도 여야가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문제를 논의하기 머리를 맞댔으나 무위로 끝났다. 다만 원내대표 회동 가능성을 열어놔 빠르면 이날 저녁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양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과 안민석 의원이 2+2 회동을 갖고 특수활동비 투명성 제고방안을 논의했으나 1시간 만에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양당 원내 수석부대표와 예결위 간사간 심도 깊은 논의를 했으나 의견 일치가 안됐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수비 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데, 소위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지금이라도 소위 구성안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 모든 의사일정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소위 구성을 거듭 요구했다. 어제에 이어 절충안으로 예결위 여야 간사가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비공개로 확인한 후 제도개선 여부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예산은 정보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만큼, 국정원 외 18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예결위 간사가 비공개로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여당은 제도개선에 동의하면서도, 특수활동비의 집행실태를 확인하고 보고받으려면 국가재정법 등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 아래에서는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양당은 협상결렬에도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원내대표간 협상여지를 열어뒀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은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원내대표에게 보고해서 어느 정도 접점을 풀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며 “오늘 해야 될 것 같다”고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도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방안을 원내대표에게 보고해서 원내대표간 협상을 할 지, 수석간 합의를 할 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두 원내대표가 특수활동비에 대해 현격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부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자는 야당 제안에 대해) 국회가 공개되면 전 정부부처 모두 다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특수활동비의 목적 자체가 ‘특수’다. 그것의 용도가 공개되면 활동의 범위나 목적, 용처가 확인된다. 그것은 특수가 아니라 ‘일반활동’”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내표는 국민이 걱정하는 보안, 1급 비밀을 취급하는 특수활동비는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도, 전액 특수활동비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의 혈세를 힘 있는 기관들이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 반드시 개선하겠다”며 “국민은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특수활동비도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고, 국민의 세금이다.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세금이 줄줄 세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1일 정기국회가 열리는데, 2014 회계연도 결산 심사안과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내년 예산안 처리 전까지 특수활동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80여억원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합의하는 선에서 특수활동비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은 있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이었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의원 등이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해 문제가 불거진 만큼, 여야가 먼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한 뒤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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