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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수뇌부가 지난 15일 ‘교통정리’를 끝낸지 불과 3일 후 여권 내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이런 결정이 다시 나온 셈이다. 이 때문에 개혁 작업은 재차 안갯속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위한 野 압박용 카드 분석
조 수석은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대독한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했던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의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의가 ‘갑작스럽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당장 여권의 한 축인 새누리당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광주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수석의 책임이 전혀 아니다”면서 “(조 수석은 그동안) 당·청 사이에서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왜 조 수석이 책임을 지나”라고 했다.
우회적인 대야(對野)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일단 첫 손에 꼽힌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 등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여야 모두에 천명했다는 것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에 기초연금 연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도 “사회적기구에서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금에 밝은 당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야당을 압박해 조속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원내지도부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혹은 압박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청간 갈등이 다시 점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현재 대야 협상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여야는 최근 기초연금 연계 등 야당의 출구전략 모색을 물꼬로 협상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이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청 갈등 재점화 관측…靑 반쪽개혁 선긋기 전망도
실제 3일 전 당정청 고위 인사들은 “이번 개정안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온 최선의 안”이라고 했지만, 조 수석은 이날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사퇴가 추후 여야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란 기류가 더 강하다. 야당은 당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 수석의 사퇴는 사회적 대타협을 파기한데 따른 책임 회피용 꼬리자르기요, 당청간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아니면 협상권 재량 운운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인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회의 여야 합의가 중심을 잡고 진행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만에 하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 내로 처리되지 못하면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여야는 추후 총선 모드로 접어들 게 유력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민감한 법안은 다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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