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떠오른 기여율·지급률은 물론이고 △퇴직 공무원 개혁 대상 포함 여부 △공무원연금 상한제 도입 여부 등도 당초 개혁의 목적에 크게 못미친다는 것이다.
“이대로 합의시 이번에도 실패…10년후 또 수술해야”
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실무기구는 공무원이 실제 받는 연금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약간 내려간 1.65~1.8%선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 매달 내는 기여율(보험료율)과 정부 부담률은 각각 9~10%대(총 기여율 18~20%)가 유력하다. 전체적으로 정부·여당이 하한선으로 삼는 ‘김용하안’보다 다소 후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박하다. 이데일리가 이날 전화 인터뷰한 4명의 연금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에서 합의된다면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지급률 1.65%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참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당초 지급률 1.25%를 성공의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공무원이 부담을 더 한다고 해서(기여율 상향) 정년연장 등으로 더 받으려 하면 이게 개혁인가”라면서 “2009년 당시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기여율 5.5%→7%, 지급률 2.1%→1.9% 수준의 2009년 당시 실패한 개혁의 ‘재탕’이라는 것이다. 2009년 때는 10년 이상 재직자는 개혁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삽입돼 논란이 있었다. 1995년과 2000년에는 지급률 자체를 깎지 못했다.
현재 논의되는 기여율 수준에 대한 질타도 많았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은 “보험료율을 높이면 정부도 (7%에서 9~10%로) 재정(세금)을 또 더 부담한다”면서 “이렇게 합의하면 ‘겨우 이거 하려고 그렇게 난리였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기여율과 지급률 외에도 문제는 더 많다. 이를테면 이미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도 개혁의 대상이 될지 문제다. 재직자와 신규자 외에 퇴직자도 함께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다만 실무기구는 이에 대해서는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자는 이번에도 개혁의 칼날에서 비켜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실무기구에 속한 공무원단체들은 퇴직자의 연금은 관심이 없다”면서 “실무기구의 안이 특위로 넘어오면 연금 수급권자들과 다시 얘기를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창률 교수는 “공무원이 대거 명예퇴직 신청을 한다고 한다. 명예퇴직을 하면 개혁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면서 “퇴직자도 조정 대상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기구 한 관계자는 “기여율과 지급률에 시선이 쏠리다보니 나머지 중요한 사안들이 떠밀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총대멘 여권에 오히려 역풍 불 수도
외부의 시선이 이런데도 정작 여야는 이미 ‘빅딜’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야는 당초 이날로 예정했던 ‘4+4 회담’을 4·29 재보선 이후로 미뤘다. 합의 내용은 이미 가닥이 잡혔고, 단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외부 이슈 때문에 조정한다는 얘기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는 ‘2+2 담판’도 추후 이어질 게 유력하다.
공무원연금 실무기구는 이날 단일안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상당부분 진전을 이뤘다. 공무원단체가 주장하는 공적연금 강화도 각 주체가 한발짝씩 의견을 좁혔다. 실무기구는 오는 29일께 한차례 더 회의를 열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철저히 정치논리에 의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다만 개혁 강도가 약한 만큼 오히려 총대를 멘 여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주체가 합의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기 보단 ‘제대로’ 하지 못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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