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퀄컴 '1조 소송전'..삼성·LG 여파 '촉각'(종합)

공정위 "특허이용권 독점, 시장경쟁 제한"
퀄컴 "수십년 특허관행..한미FTA 위배"
소송 향배 따라 특허료, 한미 통상관계 영향
  • 등록 2016-12-28 오후 4:46:10

    수정 2016-12-28 오후 4:46:1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진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 통신업체 퀄컴이 물러설 수 없는 소송전에 나선다. 공정위가 퀄컴의 ‘특허권 갑질’에 1조원의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즉각 불복해 소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 향배에 따라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휴대폰 제조사의 특허 수수료 계약, 한미 양국 통상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퀄컴이 강력 반발한 것은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도 컸지만 퀄컴의 특허권 사업모델 전반을 세계 최초로 제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이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모뎀칩셋 관련 시정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퀄컴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등 자신만의 표준특허 이용권을 경쟁사(모뎀칩셋 회사)에는 제공하지 않고 독점해왔다. 퀄컴은 이동통신 시장의 상부단계인 라이선스·모뎀칩셋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로 커왔다. 이 결과 시장 하부단계에 있는 삼성·LG 등 휴대폰사는 특허 분쟁을 우려해 불공정 갑질에도 퀄컴과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해 왔다.

“특허권 갑질” Vs “수십년 특허 관행”

(출처=공정위, 퀄컴)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퀄컴이 모뎀칩셋 경쟁사에 라이선스(특허 이용권) 제공하지 않고 시장경쟁을 제한한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특허 보유자가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특허 이용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준칙인 프랜드(FRAND) 확약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이로 인해 모뎀칩셋 시장,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시장, 휴대폰사 R&D(연구개발)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실제로 2008년 대비 전체 모뎀칩셋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으나 퀄컴의 라이선스 거절 등으로 신규 진입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동통신 표준특허 라이선스 시장의 경우 휴대폰사들은 퀄컴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는 부당한 특허계약을 체결했다. 휴대폰사들은 표준특허를 틀어쥔 퀄컴에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줄 수밖에 없어 R&D(연구개발) 투자 요인도 감소했다. 반면 퀄컴은 특허권 수수료 등으로 연간 5조원 이상씩 한국에서 매출을 올렸다. 1조300억원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된 관련 매출액은 38조원(2009년12월부터 현재까지)에 달했다.

이에 대해 퀄컴은 “수십년 간 존재해 온 특허 관행”이라며 위법성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퀄컴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퀄컴은 “경쟁을 제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칩사들 간의 경쟁과 휴대폰사들 간의 경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퀄컴은 공정위 조치를 놓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돈 로젠버그(Don Rosenberg) 총괄부사장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적법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면서 “이러한 권리들은 한미 FTA에 따라 미국기업들에게 응당 보장돼야 하는 것임에도 공정위는 기본적인 절차상의 보호조치들마저 적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퀄컴 “한미FTA 위배”..통상마찰 ‘긴장’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모뎀칩셋 양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다. (출처=공정위)
만약 이번 제재가 한미 FTA 문제까지 불똥이 튈 경우 통상 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한미 FTA는 일자리 킬러(killer)”라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통상당국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 여부를 특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상황을 봐야 한다”며 “(향배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 사무처장은 “미국에서 ‘한국의 공정위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아니다”며 “퀄컴의 경쟁제한에 해외의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전원회의에서는 삼성·LG 등 국내업체 이외에도 애플·인텔·엔비디아(미국), 미디어텍(대만), 화웨이(중국) 등 해외 업체들도 심의에 참여해 퀄컴의 사업모델로 인한 경쟁제한 문제를 소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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