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총살’ 사과 통지문에서 文·金 친서까지 공개..靑, 적극 대응(종합)

靑, 25일 오전 북한 통지문 받은 뒤 오후 공개..이어 남북 정상 친서까지
北, 이례적 최고지도자 '사과' 꺼내며 상황 수습 나서
  • 등록 2020-09-25 오후 5:33:39

    수정 2020-09-25 오후 5:33:39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이 우리 국민을 해상에서 총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북이 모두 사건 수습에 나섰다. 북한은 25일 오전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시신 훼손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표명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알려진 남북 정상간 ‘9월 친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지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北, 빠른 통지문·최고지도자 ‘사과’까지 ‘이례적’

북한이 25일 오전 보내온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은 지난 24일 오후 3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뒤 하루만에 송달됐다. 불과 채 하루도 되지 않을 만큼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에 회신이 왔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FP제공)
북한은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화장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도리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정면에 내세워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다”고 사과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역시 굉장히 이례적인 처사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5월13일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1·21 사태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1·21 사태는 무려 1968년에 있었던 일이다. 1972년 5월 4일 김일성 주석도 북한을 찾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같은 사건으로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고 한 바 있다.

총살은 인정하면서도 시신 훼손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점에서도 북한의 사태 수습 의지가 읽힌다. ‘반인도주의적 처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북한은 사살 이후 부유물 내에 시신이 없었고 부유물만을 소각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군의 발표와는 거리가 있다. 사실 관계를 추가로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통지문에 대한) 정부 판단을 예단하지 마시고 있는 문자 그대로 판단해달라”라고 전문을 그대로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추가적 조치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사태와 무관한 남북 정상 친서까지 공개..靑, 수습에 총력

북한의 통지문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에 친서를 주고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라며 “친서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서 실장에게 주고 받은 친서의 내용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과는 무관한 내용의 친서이지만 여전히 남북 정상간 신뢰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통지문에서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겠다”고 양측간 신뢰를 언급했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가 공개된 것은 지난 3월4일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남측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내고 이튿날인 3월5일 문 대통령이 답신을 보낸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약 6개월 간 남북 정상간 직접적 교류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로서는 남북 정상간 신뢰를 재확인하는 데 친서를 활용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먼저 지난 8일 친서를 보냈는데 코로나19와 집중호우, 수차례의 태풍 등 남북이 함께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안녕을 기원했다. 김 위원장은 나흘 만인 12일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희망적인 답신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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