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삼성그룹에서 시작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현대차그룹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하기로 함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가 커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2.22% 오른 18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7% 이상 오른 것을 포함해 이틀 동안 10%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 증시 전문가는 이전까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요인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초 지배구조 변화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단기간 급락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하면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각 계열사 간 보유한 지분가치가 4조~6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에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분할과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커지는 것이 유리하다. 현물출자를 했을 때 지주사 지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기업가치를 확대하려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 내 물류가 아닌 3자물류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영진이 M&A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머지않아 M&A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