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모뉴엘’ 방지 vs 中企 수출 위축 ‘아슬아슬한 줄타기’(종합)

정부, “선의의 中企 피해 최소화”…‘무역금융 강화대책’ 고심 끝 발표
수출계약 100만弗 초과시 현장실사 등 진위여부 확인
해외위탁생산·중계무역 수출실적 70%만 인정
무보 보증비율, 대기업 90%, 중견 95%, 중소 99%로 차등화
  • 등록 2015-04-16 오후 5:34:12

    수정 2015-04-16 오후 6:22:33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제2의 모뉴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무역보험공사 감독 강화 및 은행 인수심사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데일리 방성훈 정다슬 기자] ‘매출 1조원 강소 수출기업’으로 주목받던 모뉴엘이 지난해 10월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은 2009년부터 수출가격을 조작하고 실제 제품 없이 허위 수출입을 3000번 이상 반복해 수출 실적을 부풀렸다. 덕분에 2008년엔 매출 793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엔 1조 2737억원으로 17배나 급증했다.

모뉴엘은 허위 수출채권을 은행에 팔아 대출을 받았고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는 보증을 서줬다. 이를 통해 무려 6672억원을 편취했다. 모든 것은 홍콩에서 이뤄졌다. 대출받은 돈 중 일부는 수출입은행과 무보 임직원 로비에 쓰였다.

정부가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16일 ‘무역금융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선의의 수출 중소·중견기업들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수출계약에 대한 무보와 은행권의 심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모뉴엘과 같은 소수의 기업 때문에 무역금융을 옥죄게 되면 중소기업 수출이 위축될 수 있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다.

해외위탁생산·중계무역 수출실적 70%만 인정

정부는 전체 수출계약 2127건 중 100만달러를 넘는 510건에 대해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토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모뉴엘처럼 해외 업체에 위탁해 제품을 생산한 뒤 제 3국으로 수출하는 해외위탁생산·중계무역 업체의 경우엔 수출실적을 70%만 인정해주기로 했다. 현재 수출실적을 70% 이상 인정받고 있는 기업은 44개사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해외위탁가공이나 중계무역은 부가가치를 100% 창출하는 국내 생산·수출에 대한 지원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면서 “모뉴엘 사태가 계기가 아니었더라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무역보험법도 개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요청하면 금융감독원이 무보에 대한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이 추가된다. 무보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한 곳 늘어나게 되는 셈이지만 금융감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또 앞으로는 무보의 보증지원 한도가 1억달러를 넘는 거액한도 수출계약에 대해 무보 사장이 직접 결재를 해야 한다. 1억달러를 넘지 않는 경우에도 전결권이 현행 팀장급에서 부서장급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책임이 강화된다.

수출실적의 100%를 초과해 무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한도가 전년 수출실적의 3분의 1로 제한된다. 다만 수출 규모가 크지 않은 선의의 중소기업에 대해선 예외로 하거나 수출첫걸음 희망보험 및 특례심사제도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무보에 은행과는 별도로 분식회계 적출시스템을 도입해 1000만달러 이상 한도를 보유하거나, 모뉴엘처럼 실적이 갑자기 급증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집중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무보 보증비율 축소…은행 기업 여신심사 강화

은행권에선 무보의 수출자금 보증비율을 대기업(90%), 중견기업(95%), 중소기업(99%) 등으로 차등화해 수출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토록 유도한다. 현재는 무보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 100억원 범위 내에서 수출자금을 100% 보증하고 있다.

권 실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영세한 곳이 많아 보증비율을 90%로 낮추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이 현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수출을 잘 하고 있는 선의의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은행이 수출채권을 사들일 때 거래계약서, 운송증, 수출물품 인수증빙서류, 선하증권 등 관련 기본 증빙서류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선사화물 추적시스템을 통해 실제 선적이 배에 실리고 운송됐는지를 확인토록 했다.

수출입은행도 대출을 승인하기에 앞서 생산현장을 방문하는 등 대면확인 절차를 거쳐 허위거래가 아닌지 확인하도록 했다. 수은은 담보없이 신용으로만 모뉴엘에 1135억원을 빌려줘 비판을 받았다.

공금유용·횡령시 형사 外 민사 손배도 청구

현재 형사 처벌만으로 종결했던 비리사건에 대해 앞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무보와 수출입은행은 직무 관련 금품 수수시 이유를 불문하고 면직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공금 유용·횡령시엔 신분상 징계처분 외에도 피해액의 5배까지 부과토록 하는 징계부가금 제도가 도입된다.

권 실장은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 상반기 내에 관련 제도 개선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 대책으로 중소·중견기업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학 무보 사장은 “전 직원이 힘을 합쳐 정부에서 마련한 내용을 철두철미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무보 자체적으로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산업부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 '제2의 모뉴엘' 막는다..정부, '무역금융 강화대책' 발표
☞ 무보 보증비율 축소된다 …은행, 기업 여신심사 강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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