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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사당인 종묘(사적 제125호)의 외곽 담장에 일제강점기 잔재가 남아 있다. ‘소화 팔년 삼월 개축’(昭和八年三月改築)이 선명한 ‘일왕 연호’다. 실제로 종묘 외곽길인 서순라길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 왕(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와’를 새긴 각자석을 1개도 아니고 9개나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설명하는 흔한 안내판조차 제대로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일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왕의 연호를 딴 ‘소화 팔년 삼월 개축’이라고 새긴 돌이 종묘 담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막 사진 찍고 난리가 나는데,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표시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실태조사와 더불어 “확인한 사항을 알리기 위한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해설사 안내 지침서를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정 의원에 따르면 “단 2개의 담벼락에만 한글로 간단히 표시된 안내판이 있을 뿐 역사적 사실 등을 담은 안내는 전혀 없고, 나머지 7개의 담벼락은 그마저도 없이 일본 관광객들의 인증샷 촬영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외세에 의해 훼손되거나 변형된 문화재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일이 어렵거나 현재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 그 변형에 대해 어떻게 알리고 교훈으로 남길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깊은 역사의 아픔을 새기되 바르고 정확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