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지주사 경영불안 가중”

상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영향’ 보고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지주사 장려정책 간 불협화음
비우호 외부세력이 감사위원회 주도할 우려 커져
  • 등록 2024-11-05 오후 12:00:00

    수정 2024-11-05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경제계는 현재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지주회사 경영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회(3명) 과반이 외부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이 소액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기 보다 오히려 투기 자본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발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지주회사 영향’ 보고서에서 감사위원 1명을 분리 선출하도록 하는 2020년 상법개정 이후 지주회사들은 감사위원 선출시 내부지분율 48.7% 중 5.1% 밖에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지주회사체제 상장회사는 경영권 공격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주도하는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의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43개 지주회사 그룹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계열사 112개 대상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3%룰 적용에 따른 의결권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주회사, 특수관계인 등 내부지분율은 48.7%에서 5.1%로 43.6%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연금·펀드, 소액주주 등 외부지분율은 49.7%에서 45.4%로 4.3%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자료=대한상의
보고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인원 확대가 정부의 지주회사 장려정책에 역행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간 정부는 상호출자·순환출자 등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를 단순·투명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지주회사를 허용하고 세제혜택 등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전환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현재 공정거래법상 88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체제 전환 그룹이 43개(48.9%)로 절반에 달한다.

그런데 지주회사체제는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자회사는 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의무보유해야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 적용시 제한되는 의결권이 일반기업보다 높은 구조다. 상의 관계자는 “2020년말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최소지분율 규제가 20%에서 30%로 강화됐는데,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한 상법 개정안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두 규제간 결합이 지주회사체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주회사체제 기업집단 소속 상장 자·손회사가 주주총회에서 3%룰을 적용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는 경우 ‘내부지분율’과 ‘연금·펀드’간 표대결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금·펀드가 주주로 있는 69개사의 경우 회사 내부지분율이 연금·펀드보다 높고 차이가 5%포인트 이상인 경우를 ‘회사 우위’로 설정하고, 내부지분율이 연금·펀드보다 높지만 차이가 5%포인트 미만인 경우를 ‘접전’으로, 내부지분율보다 연금·펀드가 높은 경우를 ‘연금·펀드 우위’로 분류했다. 그 결과 ‘회사 우위’는 17.4%, ‘연금·펀드 우위’는 10.1%, ‘접전’은 72.5%로 나타났다.

외부지분에 연금·펀드가 없는 43개사의 경우 대체로 회사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합병·분할 등 조직변경과 같은 이슈가 발생한 때에는 소액주주연합이나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해 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대한상의
보고서는 국회 계류중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주회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그 중 1명은 주총에서 선출할 때 분리 선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경영권 공격세력의 이사회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어 기밀 유출 등 기업의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거기에 국회 발의 법안은 2명 이상의 비우호적 외부인사를 선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비우호적 외부 인사가 감사위원회 자체를 주도하게 할 수 있어 기업의 경영불안은 확대된다.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집행 감사, 회사 업무·재산상태 조사 권한 등을 통해 이사회의 중요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사들은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고려해 대규모 투자나 조직변경 등에 대해 소극적·보수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는 회사내 자료조사권과 중요한 정보 열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기업 측 외부인사의 선출시 기밀유출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기보다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간섭, 경쟁사 기술유출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고 해외입법례도 없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강화하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만큼 입법에 신중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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