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후에도 더불어민주당 당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손 전 대표는 그 첫걸음을 김종인 대표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김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지난 13일 비공개리에 서울 한 호텔서 만나 2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했다. 손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라가 걱정이다. 경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해결될지 걱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지방에 틀어박혀서 해봐야 소용이 없다.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고 정계복귀를 권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퇴임 후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후보 발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진 터라, 두 사람이 정계개편과 내년 대선을 놓고 깊은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 전 대표 측근은 “두 분이 다 독일서 공부했고 대한민국이 살아 나가려면 독일을 모델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많이 의기투합했을 것이다. 두 분 다 당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당내 역학구도하고 전반적인 야권지형, 새누리당도 포함해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맞을지 등을 논의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에는 손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남 강진서 머리를 맞댔다.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손 전 대표의 토담집에서 차를 마신 후 강진 읍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 이상 얘기했다고 한다. 박 시장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나올 때부터 (손 전 대표가) 많이 도와주셨다. 그쪽으로 휴가를 갔는데, 감사 인사차 들른 것으로 중요한 말씀을 나누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멘토인 박형규 목사의 별세를 계기로 서울서 상중정치를 한 손 전 대표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서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만났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김부겸 더민주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오 전 의원 등을 만나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안 전 대표는 21일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손 전 대표를 만나 “언젠 한번 편한 시간에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손 전 대표도 “언제 한번 좋은 자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누자”고 화답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두 사람이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전부터 예정돼 있던 만남이라고 하지만, 손 전 대표의 동선을 보면 더민주쪽을 먼저 접촉한 뒤 국민의당을 만나는 순서로 되어있다. 야권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려고 하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다.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서 중도개혁세력을 모아 국민의당과 합치는 것은 몰라도 별도로 제4당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이 아닌 새누리당 비박계쪽도 접촉할 수 있다. 다만 본격적 접촉은 추석 전후로 계획된 정계복귀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 측근은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3지대서 어느 한 당을 넘어서서 중도개혁세력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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