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김경은 신상건 기자] “서프라이즈(Surprise)!” 현대증권(003450) 경영권 매각이 차일피일하는 가운데 매각가격이 1조원에 근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은행(IB)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KB금융·한국금융지주 1조원 안팎 제시 추정
IB업계는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모두 현대증권 인수 희망가로 1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의 근거는 인수금융(Loan) 규모다. KB금융과 한국금융은 각각 4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키로 하고 삼성증권, 신한은행으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받아냈다.
자금여력이 풍부한 KB금융과 한국금융이 4000억원 정도의 인수금융 LOC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상 물건에 대한 인수를 위해 통상 40~60% 정도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후보 모두 1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이사회에서 가격제한선까지 풀 베팅할 수 있도록 경영진에 힘들 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금융 역시 김남구 부회장이 사석에서 ‘넉넉하게 (인수가격을) 써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액티스그룹, NH투자證·새마을금고 조력 불구 경쟁 밀릴 듯
실체가 불확실하면서도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액티스그룹은 KB금융과 한국금융이 제시한 가격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회수(Exit)를 고려해야만 하는 PEF의 특성상 제시할 수 있는 가격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4월 1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고
액티스의 제안가가 KB금융과 한국금융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은 두 지주회사 간 경쟁구도로 치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두 후보중 한 곳은 최대 1조원을 웃도는 매각가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에선 두 후보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매각측이 비가격적인 요소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이후 경영 및 시너지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발전 계획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이날 공개적으로 오는 31일까지 추가 요구 서류를 받은 후 4월 1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9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개시된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이 개시된 상태에서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재차 지연된데 따른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각 측에 최대한 빨리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매각 측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오는 5월 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