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정쟁화' 경기도교육청 국감으로 이어지나

경기도교육청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 루머 확산
도서 폐기된 학교 1곳에 불과, 교육청 지시 없었음에도
도의회 여야 해당 내용 둘러싼 성명전, 김동연도 가세
22일 교육위 국감 앞두고 의원 7명 교육청에 자료 요구
  • 등록 2024-10-16 오후 3:30:51

    수정 2024-10-16 오후 3:30:51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경기도에서는 정쟁(政爭)거리로 전락했다. ‘경기도교육청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루머가 확산됨에 따라 정치권 내 이념 논쟁이 불 붙으면서다. 노벨문학상의 정쟁화는 다음 주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들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2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백승아·고민정·박성준·김문수·진선미, 조국혁신당 강경숙, 국민의힘 정성국 등 7명의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교육청에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 등 자료를 요구했다.

이중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학교교육활동 제외 여부 및 제외 시 기준과 사유’를 요구했으며, 민주당 박성준·김문수 의원도 한강의 채식주의자 도서 폐기에 대한 내용을 명시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경우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학교의 회의록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교육위 위원들의 이 같은 자료 요구는 경기도교육청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유해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학교도서관에 비치된 도서의 관리는 각 학교 학부모와 교직원 등이 참여하는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자율적 결정으로 이뤄진다.

당시 교육청의 공문은 학교도서관 내 유해도서가 비치됐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됨에 따라 도서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내려졌고, 이후 도내 2400여 학교에서 2500권가량의 도서가 폐기처분됐다. 한 학교당 1~2권 꼴이다.

이중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곳은 성남 소재 사립고 한 곳이었다. 이 역시도 해당 학교의 학교도서관운영위에서 결정된 것으로, 경기도교육청과는 무관한 사항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재점화되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이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문학계의 쾌거이자 영광이며 노벨상 수상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영예를 훼손시키는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의 ‘졸속행정’으로 경기도민을 비롯한 전 세계인이 공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도의회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에 국가적 경사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맞받아치며 정쟁이 가열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또한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과 영상을 올리며 이념 논쟁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취했다.

김 지사가 올린 영상은 지난 6월 경기도의회 정례회 도정질의에서 시민단체의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와 관련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이 유해도서로 지정했다는 루머에 손을 거들어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길호 경기도교육청 홍보기획관은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은 특정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교육청이 특정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교육청은 앞으로도 초중고 각급학교가 교육적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통해 도서관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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