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자영업자(소호) 연체채권을 ‘새출발기금’뿐 아니라 민간에도 일부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소호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며 연체채권 정리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민간 매각이 본격화하면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이 상당 부분 낮아질 전망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0년 2월 이후 3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소호채권을, 금융회사가 담보 유무와 관계없이 부실채권(NPL·90일 이상 연체) 전문 투자회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체채권을 전문으로 유동화하는 NPL업체로만 매각을 허용하는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NPL업체엔 채권추심을 신용정보회사로 위탁하도록 하고, 제3자 채권 재매각은 금지해 불법추심을 예방할 전망이다. 지난 6월 개인 무담보대출 연체채권 민간 매각을 허용한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소호대출은 담보채권이 많아 담보부 연체채권 매각도 길을 터주는 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금은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으로만 소호 연체채권을 매각할 수 있다. 이마저도 차주가 신청하거나 차주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한다. 금융위는 차주 동의 없이 새출발기금에 매각하는 방안도 들여다봤으나 새출발기금은 지금처럼 운영하는 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에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는 점, 세금을 들인 기금이 부실 정리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소호 연체채권 매각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 검토에 나선 것은 소호대출 건전성 악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둔화하자 취약 업종 중심으로 자영업자 신용 리스크가 커지면서 소호대출 연체율이 크게 오른 상태다. 특히 저축은행 소호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6.35%를 기록하며 1년 만에 3.5배 치솟았다. 지난해 6월 말(1.78%)엔 가계신용대출(4.49%)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신용대출(5.65%)을 웃돌며 전 부문에서 가장 높다. 9월 말 소호대출 연체율은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으로 매각이 시작되면 건전성은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허용할 NPL업체들이 담보물 위주로 매입해온 회사일 가능성이 큰 점도 고무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금융권 소호대출은 담보대출 비중이 75%로 가장 높다. 저축은행 소호대출은 약 90%가 담보대출이고, 연체된 소호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 6월부터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도 민간에 일부 매각이 가능해졌으나, 시장에선 연체채권보다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체 일수가 긴 채권이 더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이다. 부실채권은 개인회생 등 절차가 있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일지 예측 가능한 반면, 연체채권은 대내외 환경상 불확실성이 커져 NPL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연체된 가계신용대출이 민간으로 매각되지 않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