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6개국 정상 머리 맞댔지만…난민해법 도출 난항

伊총리 “EU 난민정책 뜯어고쳐야”…더블린 원칙에 반기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 부담 떠안아…나눠 분담해야"
각국 입장 달라 공통 합의 불발…伊제안 공동대응엔 공감대
28~29일 EU정상회의서도 합의 힘들듯…獨연정 깨질 위기
  • 등록 2018-06-25 오후 2:48:29

    수정 2018-06-25 오후 2:48:29

주세프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 16개 회원국 정상들이 난민정책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밀려드는 난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불만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난민 우려가 적은 프랑스 등은 이들 국가를 비판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연립정부 해체 위기에 놓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큰 기대 없이 조율에 나섰다.

伊 “EU 난민정책 뜯어고쳐야”…더블린 원칙에 반기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새로운 포퓰리스트 주세프 콘테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의 미니 정상회의에서 ‘더블린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난민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면서 “그는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더블린 원칙은 난민들이 가장 처음 발을 디딛는 EU 회원국에서 망명을 신청토록 하는 규칙으로 25년 간 유지돼 왔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쏟아지는 북아프리카 및 중동 출신 난민들은 대부분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제일 처음 도착한다.

콘테 총리는 “난민들이 안전하게 유럽 대륙에 상륙할 수 있는 항구(국가)와 망명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망명 신청 처리를 위한 난민보호센터를 터키, 리비아 등 난민들이 거쳐가는 국가에 ‘핫스팟’ 형식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8포인트 계획(eight-point plan)’을 제안했다. 현재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에 대해선 이탈리아 이민당국만이 망명 신청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망명 신청 처리도 핫스팟을 통해 다른 회원국들이 나눠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콘테 총리는 이를 위해 유엔난민기구나 국제이주기구와 협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탈리아는 포퓰리즘 정부 출범 이후 강경 이민정책 노선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독일 비정부기구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네덜란드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호’가 리비아 연안에서 239명을 구조했을 때 입항을 거부했다. 인근 국가인 몰타가 해당 선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22일에도 같은 이유로 난민 113명을 구조한 덴마크 머스크 화물선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들 선박은 여전히 해상을 떠돌고 있다.

이달초엔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600여명의 난민을 태운 아쿠아리우스호가 지중해 중부 해역에 이틀간 대기하다가, 스페인의 입국 허가를 받아 발렌시아항에 입항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맹비난, 양국은 외교갈등을 빚기도 했다.

콘테 총리는 EU 회원국 국민들 간의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는 ‘쉥겐조약’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누구든지 이탈리아에 들어오면 유럽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책임과 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쉥겐조약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어떤 합의든 이뤄지지 않으면 EU 회원국 국민들 간의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콘테 총리의 제안이 많은 회원국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들이 처음 도착하는 국가들에 문제를 떠넘길 수는 없다”면서도 난민들이 망명을 신청할 국가를 선택하는, 이른바 망명국 쇼핑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프랑스는 불법 이민문제는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며, EU의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같은 입장인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대부분이 이미 제기됐던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AFP PHOTO)
EU 정상회의서도 합의 힘들듯…獨연정 깨질 위기

이처럼 미니 정상회의에서조차 이견을 보이고 있어 28~29일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EU정상회의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EU정상회의에는 28개 회원국이 전부 참여하는데다, 난민 입국을 거부한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이 합류하게 된다.

메르켈 총리는 마음이 급해졌다. 최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다른 EU 회원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거부당한 난민은 받아들일 수 없다. 되돌려보낼 것”이라며 난민유입 규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제호퍼 장관은 EU정상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정책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족할만한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제호퍼 장관이 이끄는 기독사회당(CSU)의 13년 연합도 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EU정상회의는 ‘메르켈 총리를 구하기 위한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문제 해법을 놓고 일부 견해차가 있었느나 많은 통합이 있었다. 많은 선의가 있었다”면서도 EU 정상회의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독일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국가들과 양자 또는 삼자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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