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맞는 항공·우주기업들 "뉴스페이스 주역 되겠다, 우주청 필요"

항공우주산업협회 주최 항공·우주기업 미디어 투어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움 극복 시도
업계 "우주청 리더십으로 기업 성장 돕고, 기술혁신"
  • 등록 2023-11-29 오후 6:15:11

    수정 2023-11-29 오후 7:32:56

[사천(경남)=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게 바로 추진제 탱크입니다. 누리호에 쓴 추진제 탱크보다 30% 이상 무게를 줄였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29일 경남 사천 사봉공장에서 만난 안현수 ANH스트럭쳐 대표는 복합제 탱크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해 기존 금속재 추진제 탱크 보다 가격과 중량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현재 국내 소형 발사체 기업들의 발사체에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인 아스트 공장에는 조립 라인이 줄지어 있고 작업자들이 비행기 동체(항공기의 주 몸체) 일부분을 제작하고 있었다. 아스트 관계자는 “예년보다 올해 연말이 수주 물량이 많아 바쁘다”며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견뎌온 만큼 브라질, 이스라엘, 미국 등에서 의뢰가 쏟아지고 있어 작업에 여념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현수 ANH스트럭쳐 대표가 복합제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항공우주기업들 “위기속 기회로”

경남 사천에 있는 국내 항공우주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발판으로 최근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ANH스트럭쳐는 2013년에 창업한 신생기업이지만 복합소재 분야 설계 해석 기술, 제작 공정 기술 등을 발판으로 항공기, 전투기, 방산용 무인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EASA(설계조직인증) 등을 발판으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기내용 컵홀더를 납품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항공우주업계에서 신생업체의 물품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AI(한국항공우주)는 전투기, 무인기, 헬리콥터, 위성으로 탄탄한 사업 라인업을 구축했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를 비롯한 각종 다목적 실용위성들을 제작하고 있고 위성 시험에 필요한 열진공챔버 등 각종 항공우주 인프라도 갖춰 나가고 있다.

KAI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생산, 시험까지 가능한 설비를 구축해 위성 양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 공간에서 위성이나 항공기 조립, 시험이 가능한 설비도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가 만들고 있는 항공기 동체.(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주개발 이대론 안돼…우주개발 필요 목소리도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국내 항공산업은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 등 주요 기업들이 필요한 부품들을 납품해주는 OEM(위탁 제조)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방식도 코로나19 여파에다가 국내 인건비가 동남아시아에 비해 높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진행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미국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뉴스페이스(민간주도 우주개발) 시대가 빠르게 다가왔지만 국내에선 우주항공청 설립이 지연돼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우주청이 생기면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인력수급도 원활해지고 기술개발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은 2021년부터 2040년까지 향후 20년간 연평균 3.1% 성장해 2021년 2790억 달러에서 2040년 513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AAM(선진항공교통)과 우주분야에서 새로운 산업들이 떠오르면서 한국도 선도국이 될 기회가 생기고 있다. 다만 AAM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인증체계나 허가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이를 신속히 구축해 유리한 입지를 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발사체 분야에서도 민간기업 중심의 혁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강구영 KAI 대표는 “뉴에어로스페이스(뉴스페이스)처럼 국가가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하늘과 우주의 국민 주권화를 위해 준비해야 하며, 우주항공청 설립이 수출 경쟁력 확보와 민간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항공우주산업협회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표준통신위성 개발, 민간 발사장 등 인프라 구축,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민간기업 이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항공분야에서도 AAM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미래 항공기 시장에도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김민석 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엔진, 소재 등에서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주통신부터 미래항공모빌리티, 우주 발사체 등 항공우주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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