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인사' 비판 알면서도..'이병기 카드' 꺼내든 이유

  • 등록 2015-02-27 오후 5:53:40

    수정 2015-02-27 오후 10:05:15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새 비서실장에 자신의 최측근 원로 그룹 인사 중 한 명인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발탁한 건 그만큼 자신의 심중을 제대로 읽으면서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인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그 주인공이 현직에 간지 불과 8개월밖에 안 된 국가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란 점에서다.

야당은 물론 여당 핵심부에서까지 비서실장 인사를 두고 “유갑스럽다”(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반응이 나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인적쇄신 요구를 외면한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해 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신임 실장이 유연성과 정무감각을 두루 갖춘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종전의 ‘불통’ 이미지를 벗고 일련의 국정 난맥상을 풀어갈 적임자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또 회전문 인사..현 정권 인물부재 드러내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 이후 진행된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작업은 험난 그 자체였다. 승부수를 띄운 ‘1·23 인적개편’의 핵심인 ‘이완구 총리 카드’는 각종 의혹으로 퇴색됐고, 장관급 4명을 교체한 ‘2·17’ 개각도 ‘11개월짜리 시한부 내각’이란 오명을 받았다. ‘문고리 3인방’을 그대로 앉혀둔 청와대 조직개편도 마찬가지 지적에 휩싸였다.

쇄신의 상징이라 불렸던 ‘비서실장’ 인선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린 것도 이 같은 오명을 단박에 불식시키기 위함이란 해석이다.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은 ‘이병기 카드’를 꺼내 든 건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까지 그동안 “과감한 쇄신인사”를 당부해온 상황에서 허태열·김기춘 전 실장 등에 이은 ‘측근 원로’ 그룹 인사를 또다시 요직에 앉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직 정보기관의 수장을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인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초대 주일대사, 국정원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정권의 주요 보직에 잇따라 같은 인물을 앉힌 것도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인물 부재 현상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친박 원로부터 야권 인사들까지, 또 경제통이나 호남 출신의 화합형 인사까지 두루 검토했지만 포스트 김기춘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병기 실장은 일종의 ‘대안부재’라는 틀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각에 실장까지..朴 ‘친정체제’ 완전 구축

여권 일각에서는 이병기 카드가 ‘대책반장’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이 신임 실장을 꽉 막힌 한일관계와 대선 개입의혹으로 위기에 빠진 국정원의 정상화를 위해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에 잇따라 투입시킨 만큼 이번에도 일련의 국정 난맥상을 뚫기 위한 일종의 ‘소방수’ 격으로 실장직에 앉혔다는 것이다.

이 신임 실장은 그동안 정권을 넘나들며 대통령의 조언을 마다하지 않아 소위 ‘전략통’으로 불려 왔다.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된 박 대통령으로선 이러한 유연성과 함께 정무감각까지 갖춘 이 실장이 ‘소통’ 이미지를 되살릴 최상의 카드로 봤다는 해석이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 신임 실장이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친분이 두터운 만큼 당·청 간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실장도 “대통령과 국민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의 가교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이완구 총리와 함께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이끌 투톱으로 나서야 하는 만큼 이 신임 실장이 어떤 방식으로 현 위기정국을 돌파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비둘기파’로 주로 분류됐고, 주일대사 경력까지 갖춘 만큼 향후 대일·대북 등 외교정책은 이 신임 실장의 주도하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과거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던 안보정책에 다소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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