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노골적으로 챙기며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예결위 여야 간사인 이학재(새누리당)·이춘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예산심사에 앞서 ‘쪽지예산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으나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 고가 헬스장비 의혹’을 두고 맞붙은 가운데, 여당 의원이 청와대를 두둔하면서 첫 예산심사가 파행으로 흐를 뻔하기도 했다.
지역구 예산 증액 챙기기 ‘노골화’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행태는 올해도 반복됐다. 서울 지역 의원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구동성으로 지하철 9호선 증편을 위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노원구갑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지하철 9호선의 길이가 길어지면 열차선로와 차량수가 늘어날 텐데 그동안의 국비지원이 당초 계획보다 작았다”며 “당장 내년에 종합운동장까지 개통하려면 기존 안 줬던 102억원 예산을 증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시·동두천시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기 북구는 나머지 16개 시·도 중 철도·도로 기반이 그동안 전혀 투자가 안됐다”며 “기획재정부가 국도 공사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국토부가 강력대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납~상수 구간의 국도 39호선의 증액과 국대도 3호선 상패~청산 보상비를 순증할 것을 강조했다.
부산 진구을의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은 “부산철도시설 재배치 사업은 단순한 철로만의 문제가 아닌 부산 곳곳에 있는 시설과 관련된 사업”이라면서 기본 계획·기본설계를 수립할 예산안 55억원을 예산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가 벌써부터 대정부감시 역할보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국토위원들이 힘든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 관심사업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경기 시흥갑이 지역구인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광명·시흥보금자리에 신경 안 쓸 것이냐”고 따졌다. 이곳은 지난 2010년 5월 이명박정부 때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됐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과 주택시장 침체 탓에 4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곳이다.
‘靑, 고가 헬스장비 구입’ 놓고 설전
청와대 헬스장비 구입 예산을 놓고 여·야·청 간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국정감사 때 의혹을 제기했던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야당 첫 질의자로 나서면서 포문을 연 것이다.
최 의원은 김 비서실장에게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청와대 물품 구입목록에) 고가 수입헬스 장비 8800만원어치가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갔다”며 “본관에 직원이나 기자들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은 “서류에 본관이라고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본관에 대통령 전용 헬스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느냐”고 묻자, 김 비서실장은 “대통령 전용 헬스장은 없다”고 답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도 ‘대통령 행적의 7시간’을 거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움직이는 건 홍보파트에서 정확하게 안다. 비서실장께서 거짓 증언한다. 대통령 안위는 리얼타임에 관한 것이지 몇 달 후의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비서실장은 “위증이나 거짓말하지 않았다. 답변이 충분히 정확하지 않은 점은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두둔했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대통령은 스크린 골프장을 만들고, 안마의자를 구입해도 얘기 안 한다”며 “굳이 장비 사가지고 논란거리가 될 필요 있느냐. 사려면 중고를 사면 안 되느냐”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