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 울지 마라”…117세 세계 초고령 ‘슈퍼 할머니’ 별세

117세로 떠난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고종 퇴위 순종 즉위하던 해 태어나
세계 1차대전 겪고 코로나19도 무사히 넘겨
SNS엔 “울지 마라” 임종 예감 글 남겼다
  • 등록 2024-08-20 오후 9:24:44

    수정 2024-08-20 오후 9:24:44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세계 최고령 생존자인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1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 최고령 생존자인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1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엑스 캡처)
20일 AFP 등 외신은 모레라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모레라의 가족도 이날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리아 브라냐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는 자신이 원한 대로 평화롭고 고통 없이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모레라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네티즌들과 소통해 왔으며 사망 전날에는 “나는 약해지고 있다.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울지 마라. 나는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걱정하지 마라. 내가 가는 곳에서 나는 행복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던 나는 항상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려 그가 자신의 임종을 예감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모레라는 지난 1907년 3월 4일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해는 경성에서 고종이 퇴위하고 순종이 즉위했고, 일본제국주의가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해산 한 해이기도 하다. 또 2200여 명을 태우고 침몰한 비운의 ‘타이타닉’호가 건조된 1909년에 그는 이미 2살이었다.

그의 가족은 제1차 세계대전 와중인 1915년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가려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올랐으나 항해 도중 아버지가 바다 위에서 아버지가 숨졌다. 당시 모레라도 한쪽 귀 청력을 잃었다.

모레라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발발 5년 전인 1931년 의사와 결혼했다. 남편이 72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년을 함께 살았고 자녀 3명과 손자 11명, 증손자 13명을 뒀고 자녀 중 1명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0년부터 스페인 북동부 소도시 올로트의 요양원에서 지내다 113세였던 2020년 5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회복됐다.

지난해에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세계 최고령자로 공식 등록됐다. 모레라는 2019년 바르셀로나 일간지 반과르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산 비결에 대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유일한 일은 그저 살아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사망과 동시에 이제 전 세계 최고령자는 116세인 일본인 이토오카 토미코가 넘겨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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