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부담이 고스란히 간호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각종 응급상황에서 의사의 진료를 돕는 진료보조인력,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일 저녁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근무지 이탈자는 7813명으로 소속 전공의의 약 63.1%에 이른다. 전체 전공의의 약 3분의 2가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PA 간호사들이 이들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A간호사들은 의료사고와 불안한 법적 지위 등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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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장 며칠은 간호사 인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해도 업무량이 누적될 경우 의료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PA간호사들도 일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며 “월급도 적은데 이 돈을 받으면서 너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공의가 파업해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PA 등 기존 인력을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간호사의 역할 확대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PA의 불안정한 지위로 의료 행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간호사들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의료법 체계에선 PA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선 전공의의 빈자리를 PA가 대신하는 것은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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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의사의 지도하에 최소한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문구가 필요에 따라 합리화되는 것 같다”며 “간호사들은 이 모호한 말 때문에 일이 생겼을 때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 속에서 일한다”고 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간호사 A(45)씨도 “(정부가) PA를 적극적으로 배치하겠다고 한다면 정부에서 불법의료를 시키겠다는 것인데 그 전에 의료법상 보호를 해야 하는 게 먼저”라며 “이미 PA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2만명 가까이가 채용되어 근무를 하고 있고 PA들은 거의 유령처럼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PA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 의료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PA는 자격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들의 의사보조는 현장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PA가 의료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전공의들이 PA 양성화를 반대해왔는데 정부가 PA 자격증제도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