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계열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분석하는 ‘현미경 경영’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고, 이재용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소통 강화로 위기극복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다 잘 한다’는 아집을 버리고 외부와의 협력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이재용 체제의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재편 작업은 순항해 왔다.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계열사 합병 및 매각, 상장 등의 조치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그룹 수장으로서의 상징성을 확보한 데 이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까지 발표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듯 했다.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메르스와 엘리엇 역풍을 맞았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물산은 물론 그룹 수뇌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미래전략실은 특유의 ‘현미경 경영’으로 그룹 통제력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다수의 계열사 내에서 다양한 의사결정들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알게 모르게 그룹 기강이 흔들렸다는 반성에서다. 이를 위한 미래전략실의 조직 및 인력 재편도 실시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주요 CEO들과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사장단 규모가 슬림해져 스피드 경영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의 새 수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제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며 “지난주에 직접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메르스 확산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사태 수습 의지를 피력한 것은 긍정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당면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내면 삼성 내부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이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갑작스레 경영을 맡게 돼 이 부회장이 역량을 발휘할 여건이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며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해나가면서 카리스마를 갖췄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지켜봐 줄 때”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이재용 부회장 역량 발휘 전에 흠집내기 안돼"
☞ 메르스·엘리엇의 교훈…삼성 위기관리 '제로베이스' 재검토
☞ 슬림해진 삼성 수뇌부…스피드 경영으로 '위기극복'
☞ 삼성의 반격.. "엘리엇 보고서 변조의혹 직접 확인하겠다"
☞ 엘리엇 "삼성물산 증거 변조의혹, 근거없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