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찾아간 경기도 평택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로 인해 ‘유령도시’로 변해 있었다. 30명의 확진 환자와 1300여명의 격리대상자를 내며 확산하고 있는 메르스 환자의 최초·최대 발생지인 만큼 주민들의 공포감 또한 극에 달해 있었다.
인적이 끊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음식점들과 커피숍, 약국 등도 텅텅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손님 맞기를 포기한 듯 조명을 최대한 낮춘 가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평택시 송탄로의 한 약국 약사는 “병원도 약국도 찾는 사람이 없어, 조명의 불을 아예 낮춰 놨다”면서 “마스크도 이미 동나, 성능이 좋지 않은 일회용 마스크만 남았다”고 말했다.
인파가 넘치던 평택역 주변도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기는 했지만 활기라곤 찾아볼 순 없었다. 타지에서 평택에 도착한 이들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했다.
메르스 확진환자와 의심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던 평택 중앙로의 A병원 주변은 인적이 끊겼다. “이 동네는 아예 돌아서 간다”고 주민들이 말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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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60·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매일 방송하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에 메르스 접촉 병원의 의사·간호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전염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역상권은 붕괴 직전이었다. 평택시 동삭로 쌍용자동차 인근의 B식당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삼성전자(005930)는 약 16조원을 투자해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공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고덕 산업단지 건설을 담당하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아직 메르스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체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메르스 확산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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