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메르스 공포'에 텅빈 평택

"집 밖이 두렵다"‥학교는 휴교·거리엔 인적없어
"회식·외식 사라져"…지역 상권도 붕괴 위기
자동차·반도체, 기업 경쟁력까지 약화될까 우려
  • 등록 2015-06-03 오후 6:41:04

    수정 2015-06-03 오후 7:49:25

[평택=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거리엔 자동차 행렬뿐이었다. 마스크로 얼굴 절반 이상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만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노출과 핵전쟁 등으로 인류가 멸종 직전에 내몰린 미래를 다룬 ‘레지던트 이블’, ‘매드맥스’ 같은 세기말적 영화가 떠올랐다.

3일 찾아간 경기도 평택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로 인해 ‘유령도시’로 변해 있었다. 30명의 확진 환자와 1300여명의 격리대상자를 내며 확산하고 있는 메르스 환자의 최초·최대 발생지인 만큼 주민들의 공포감 또한 극에 달해 있었다.

인적이 끊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음식점들과 커피숍, 약국 등도 텅텅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손님 맞기를 포기한 듯 조명을 최대한 낮춘 가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평택시 송탄로의 한 약국 약사는 “병원도 약국도 찾는 사람이 없어, 조명의 불을 아예 낮춰 놨다”면서 “마스크도 이미 동나, 성능이 좋지 않은 일회용 마스크만 남았다”고 말했다.

인파가 넘치던 평택역 주변도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기는 했지만 활기라곤 찾아볼 순 없었다. 타지에서 평택에 도착한 이들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했다.

메르스 확진환자와 의심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던 평택 중앙로의 A병원 주변은 인적이 끊겼다. “이 동네는 아예 돌아서 간다”고 주민들이 말하던 곳이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평택의 A병원 인근 주민들은 공포감에 휩쌓였다. 병원 옆 아파트 놀이터로 가는 문은 폐쇄됐고, 놀이터엔 아이들의 흔적도 사라졌다. 장종원 기자.
환자 발생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고 병원의 진료 기능도 사실상 중단됐다. 병원 입구에는 응급실과 일부 외래 진료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오지 않는 환자를 기다렸다. 병원 옆 아파트 놀이터로 들어가는 문은 폐쇄됐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 박모씨(54)는 “평택에서 가장 큰 병원 두 곳에서 모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일반 환자들이 갈 병원이 없어졌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갈 때 ‘평택에서 왔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60·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매일 방송하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에 메르스 접촉 병원의 의사·간호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전염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역상권은 붕괴 직전이었다. 평택시 동삭로 쌍용자동차 인근의 B식당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식당 주인 김모씨는 “쌍용자동차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월요일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 회식도 아예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바로 옆 건물의 편의점 직원은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맞았다. 이 직원은 “메르스 때문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며칠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약 16조원을 투자해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공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고덕 산업단지 건설을 담당하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아직 메르스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체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메르스 확산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약 16조원을 투자해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공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장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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