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체들 “이사 충실의무 확대, 도전적 투자 위축 우려”

산업연합포럼, 18개 업종별 협회와 우려 표명
"배임 소송 증가로 기업·주주 리스크 커질 것"
  • 등록 2024-12-23 오후 6:01:12

    수정 2024-12-24 오후 3:12:1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회에서 소액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산업단체들이 이 같은 법 개정이 배임 고소·고발 확대로 이어져 경영진의 도전적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5번째)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상법 개정안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3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를 비롯한 10여 업종별 협회와 함께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법안 조정을 촉구했다.

22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 14개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하고 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사, 즉 경영진이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총주주’나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경영진이 회사 분할·합병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권 보호나 분할·합병을 위해 주주 가치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KIAF 등은 우선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이 고소·고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으로도 주주대표소송, 제삼자에 대한 책임,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등을 물을 수 있으며 이미 업무상 배임 신고건수가 연 2000건에 이를 정도로 빈번한데, 상법이 개정되면 이 배임 고소·고발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KIAF는 “현 주주대표 소송은 회사의 손해를 전제로 하지만 주주 충실의무 강화 땐 주주가 본인의 손해를 이유로 이사에게 직접 불법행위를 추궁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판례가 정립될 때까진 기업·주주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활동 및 투자를 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법 개정이 인수·합병(M&A)를 비롯한 도전적 투자를 위축시키리란 우려도 제기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주들은 현재도 앞으로의 성장성이 높은 M&A 추진도 반대하고 있는데, 상법 개정 땐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투자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소송·배임 신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IAF는 “(개정안의) 주주이익 보호 의무가 불명확하다 보니 M&A 사후 다른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위법이 돼 소송과 경영진 해임 요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경영진은) 단기차익과 배당을 원하는 주주 요구에 따라 안정적 경영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AF는 그 밖에도 비상장사의 상장 기피 가능성과 중소·중견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 및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과 그에 따른 국부 유출 우려도 제기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87%에 이르는 2000여 중소·중견기업 중 40%가 현행 법 체계에서도 최근 3년래 주주와의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KIAF의 설명이다.

KIAF는 그 대안으로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자본시장법 ‘핀 포인트’ 개정을 꼽았다. 한정애·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다. KIAF는 “상장사 간 합병 가액 산정기준 변경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적용 땐 부작용을 최소화한 채 M&A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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